당정, 野 '쌀벨트' 공세에 "타작물 재배 지원 확대"로 반격

입력
2022.10.18 11:30

국민의힘과 정부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이도록 의무화하면 공급과잉 구조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정은 대신 농가가 논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해주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 예산을 확대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 협의를 마친 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더 심화시키고 재정부담을 가중해 미래농업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정부와 여당은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의 농정 실패를 덮고,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략적 법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도 민주당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현재의 양곡관리법 체계에서도 정부의 정책적 의지로 쌀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며 "시장격리 의무화는 현재에도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에 직면하는 우리 쌀 산업뿐 아니라 미래 농업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대신 타작물 재배에 대한 지원 예산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쌀 과잉생산이 쌀값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니, 다른 작물로 농민들을 유인하는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논리다. 성 의장은 "실질적 농업 발전과 농민 소득에 도움될 수 있다"고 했고, 정 장관은 "가루 쌀, 밀, 콩과 같은 전략 작물의 생산 확대를 통해 쌀 수급 균형과 식량안보 강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農心)'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쌀 매입 의무화를 무턱대고 반대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농업 예산 확대를 '당근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며 강행 처리를 시사했다. 다만 성 의장이 "아직 시간이 남았다. 당의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민주당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만큼, 19일 전체회의 전 여야가 극적 합의를 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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