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생명을 갈아넣은 빵을 더 이상 사 먹을 순 없을 것 같다."
국내 굴지의 식품기업 SPC그룹 계열의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를 계기로 온라인에서 SPC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SPC그룹 계열사 브랜드를 나열하며,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고, #SPC 불매 #악덕기업 SPC #누더기_중대재해처벌법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이 공유됐다.
SPC는 베이커리, 디저트, 음료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식품기업으로, 계열사 산하 브랜드만 수십 개에 달한다. 누리꾼들은 로고 사진을 캡처하거나 분야별로 정리한 상호 목록을 퍼나르고, 이를 대체할 타 기업 상호까지 제시하며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누리꾼들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건, 노동자 인권과 생명을 도외시하는 기업의 행태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사고 역시 안전조치 미비에 따른 인재였다는 게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망 사고 일주일 전, 공장 내 다른 생산라인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측은 기간제 노동자라는 이유로 병원에 데려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망 사고 당시엔 2인 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여기에 사망 사고 이후에도 사측이 작업 설비를 계속 가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분은 더해졌다.
SPC그룹 및 계열사의 열악한 노동인권 실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PC그룹은 2017년 파리바게뜨 제빵사 불법파견과 부당 노동행위 등의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7일 본인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