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은행 '텅텅'... 경제난에 식어버린 나눔 온정

입력
2022.10.18 12:00



초겨울 추위가 성큼 다가왔지만 고물가에 고환율, 고금리라는 '경제 삼중고'의 영향으로 나눔의 온정은 더욱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10만여 서민 가구가 겨울을 나기 위한 필수 연료 '연탄' 이야기다.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밥상공동체의 연탄은행 창고. 이곳에 비축된 연탄 재고는 겨우 50여 장, 두 평 남짓에 불과한 창고가 드넓게 보일 정도로 텅텅 비어 있었다. 당장 깜짝 한파가 찾아온 터라 인근 소외 계층에게 전달할 연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전국적으로 연탄 나눔 활동이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큰 폭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10월 중순께면 전국에서 20만 장가량의 연탄 기부가 이어졌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 6만~7만 장 정도로 줄었다. 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만여 장으로 급감한 것이다. 연탄은행은 매년 9월 말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연탄 기부를 받아 나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아직 초반이긴 하나, 연탄 기부 물량이 크게 줄어든 주된 원인은 가장 큰 후원자인 기업체들이 아직 기부 물량에 대한 확답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경제 삼중고가 가중되면서 기부 활동이 위축된 탓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연탄은행 측은 도서 및 산간 벽지의 경우 연탄 배달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17일 "경제 위기에 모두가 사정이 힘들어져서 그런지 기업 후원이 줄었고, 자원봉사자 수도 예년 2,000여 명에서 올해는 500명 이하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허 대표는 또, "지난해에도 처음엔 6만, 7만 장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245만 장의 연탄 나눔을 달성했던 것처럼, 지금은 3만 장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올해 목표인 300만 장을 달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탄을 때서 겨울을 나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10만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 백사마을 100여 가구를 비롯해 상계 3·4동, 제기동, 창신동, 구룡마을 등 서울에서만 1,650가구가 주 연료로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연탄은행의 나눔 대상은 국민생활기초보장 대상자인 저소득층 중 80대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이다. 추운 겨울만이 아니라 사시사철 따뜻한 온기가 절실한 이들이다.









홍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