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그룹 악뮤(AKMU) 이찬혁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새 출발을 알렸다.
이찬혁은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YG신사옥에서 첫 솔로 정규 앨범 '에러(ERROR)'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2014년 악뮤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한 이후 무려 8년여 만에 선보이는 이찬혁의 첫 솔로 앨범 '에러'는 이찬혁 특유의 솔직한 감성과 철학적 사유, 유기적 구성이 돋보이는 곡의 흐름 속 삶에 대한 태도와 심리적 변화를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온다면 후회가 없을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서 출발한 이 앨범은 이찬혁이 느낀 날 것 그대로의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마주한 모순, 미래를 향한 욕망을 담아냈다.
데뷔 8년 만에 첫 솔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이날 이찬혁은 "이렇게 빨리 저의 개인 작업물을 발표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의외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아무래도 저의 파트너인 수현이가 너무 좋은 목소리와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제 스스로도 기준이 있었다. (솔로 데뷔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현이도 나도 개인 작업물을 들고 나왓을 때 악뮤 결과물보다 나은 지점이 있어야 솔로로 나올 명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솔로 데뷔까지 오랜 기간을 예상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제 생각에는 10년 이상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중적으로 이찬혁이라는 캐릭터가 생기는 시점이기도 했고 저도 생각보다 더 일찍 '노래는 이렇게 부르는거구나'라는 감이 잡히기도 했고. 퍼포먼스적으로도 정립이 되는 시기기도 해서 지금으로 정했다"고 덧붙인 그는 "문득 올해 초 제 개인 앨범을 발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모르게 많은 분들이 들어주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열심히 준비를 해서 앨범을 선보이게 됐다"는 결정적인 솔로 데뷔 계기를 설명했다.
앞서 이찬혁은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나의 초심을 찾는 여정이자 내 20대 후반 삶의 방향성을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이날 "이전에 있었던 악뮤의 이찬혁은 사라지고 새로운 이찬혁이 올 것"이라는 그의 말 속에서도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의지는 여과없이 묻어났다.
이는 새 앨범에 담긴 메시지와도 상통한다. 그는 "지금까지 악뮤로 활동하면서 너무나 즐거웠고 옳다고 생각해온 것들을 계속 말해왔는데 이찬혁의 앨범을 만들었을 때, 이전의 생각들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악뮤의 앨범에서 사랑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전했는데 '내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나는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그래서 그런 생각들을 이번 앨범에 담아냈다"고 전했다.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이라는 생각의 출발점이 된 것은 악뮤의 앨범 '넥스트 에피소드'의 수록곡 '벤치(BENCH)'였다. 이찬혁은 "당시 그 곡에서 '나는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이 다 없어지고 벤치에서 자고 일어나도 행복할 자신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최고 가치는 사랑이고 자유니까'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여전히 그게 제 인생의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갔는데 제가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고 모두가 나를 비난하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그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없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그 노래가 실제 그런 삶을 살 수도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한 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그 노래에서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모든 것이 '벤치'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 담긴 스토리의 정점을 장식하는 곡은 그의 첫 솔로 타이틀 곡 '파노라마'다. '파노라마'는 삶에 대한 미련과 열망을 이찬혁만의 담담한 어법으로 풀어낸 이 곡은 진정성 있는 보컬과 그 안에 담긴 슬픈 가사가 밝은 멜로디에 더해져 독특한 매력을 전한다.
그는 "11곡을 거치면서 제가 한 번 죽고 이전에 있었던 악뮤의 이찬혁이라는 캐릭터가 죽고 다시 깨달은 것으로 살아가는 이찬혁이 태어났다는 것을 알리는데 많은 트랙을 사용했다. 이 곡에서는 '이전에 살아온 이찬혁의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괴로워하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삶과 죽음, 후회와 욕망을 관통하는 새 앨범을 통해 그가 전하고자 했던 '이찬혁의 삶의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는 "단순히 '앞으로도 겸손하게 예쁘게 잘 보이겠다' 이런 말로 내 삶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내가 맞다면, 내 스스로에게 맞다면 후회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하는 것이 영원한 가치를 위반하지 않는 것이라면 깊이 생각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활동들을 앞으로도 당분간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굉장히 과감하진 않고 조금씩 틀을 깨 가면서 저만의 성을 만들고 그 안에서 파티를 열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틀을 깨는' 이찬혁의 신선한 행보 탓에 최근 인터넷 상에서는 그를 향해 '찬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밈이 생겨나기도 했다. 솔로 활동을 앞두고 선보인 독특한 프로모션이 화제를 모으면서부터는 '찬혁이 하고 싶은 거 그만해'라는 밈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찬혁은 "저는 두 가지 단어 다 하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그 덕분에 제 활동이 더 눈에 띄고 알려지니까 다 좋은 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밈) 때문에 제가 알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로 인해서 보다 많은 분들이 저의 음악에 영향을 받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건 개인적인 변화가 아닌 사회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저는 음악보다도 사회에 여러가지(화두)를 던지는 것을 하고 싶은 것 같다. 유튜브에서 행위예술적인 것을 하는 것도 같은 맥략"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청개구리'같은 사람이라 표현한 이찬혁. 첫 솔로의 출발선을 나선 그가 바라는 목표 역시 남들과는 사뭇 달랐다. "제가 원하는 건 '한 번만 더 들어주세요' 이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