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동구에서 케이크 매장을 운영하는 윤모(30)씨는 주말 장사를 공쳤다. 윤씨는 평소 주문을 카카오톡 채널로만 받는다. 그런데 15일 오후 3시 30분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면서 주문서 18건을 확인하지 못했다. 일시적 장애로 생각했지만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11시까지도 채널 접속은 불가능했다. 그는 “얼추 80만 원은 손실을 본 것 같다”며 “매장을 확장 이전하며 투자를 많이 해 주문 하나가 아쉬운 형편인데, 어이없는 문제로 피해를 보니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대란’의 여파는 컸다.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먹통이 되자 일상도 멈췄다. 카카오는 5,000만 명의 카카오톡 월간 이용자를 기반으로 택시 호출, 인터넷은행, 주차, 대리운전, 음식배달 등 생활 서비스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런 방대한 서비스가 ‘올 스톱’ 된 것이다.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 ‘택시 전쟁’이 벌어졌고, 소상공인들은 영업 차질을 호소했으며 카카오페이를 지갑처럼 들고 다니던 젊은이들은 졸지에 ‘빈털터리’가 됐다. 플랫폼 독점의 부작용을 제대로 체감한 일부 시민은 ‘탈(脫)카카오’를 선언하기도 했다.
우선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카카오T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 시민 오모(27)씨는 “15일 오후 8시쯤 강남역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카카오택시 앱을 켜려 해도 작동이 안 돼 길에서 택시를 잡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카카오 콜만 받을 수 있는 ‘카카오블루’ 택시기사 김모(76)씨는 “먹통이 될 즈음 승객을 내려주고 1만8,000원을 자동결제하려는데 계속 오류가 나 결국 손님이 계좌이체를 해줬다”며 “앱이 멈춰 호출도 크게 줄었다”고 푸념했다.
크고 작은 불편 사례는 줄을 이었다. 대학생 김모(24)씨는 17일 중간고사를 앞두고 카카오 사고 시간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예정된 스터디 모임을 취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재일동포 김모(30)씨는 “김포공항에 내리니 카톡 연락 수단이 사라져 눈앞이 깜깜했다”면서 “평소 안 쓰던 네이버 메신저 라인을 부랴부랴 깔아 연락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사용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패밀리레스토랑을 찾은 30대 김모씨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카드로 결제했지만 기분이 영 언짢았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광범위한 서비스 영역을 반영하듯 ‘연쇄’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카카오 계정 로그인만 지원하는 탓에 접속이 제한되자 빗발치는 투자자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스포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스포티비’ 측은 카카오톡 계정을 연동해 로그인하는 유료 고객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으면서 ‘임시’ 이용권을 지급하기도 했다. 패션업체 LF가 운영하는 ‘LF몰’이 15일 저녁 개최한 ‘핫딜(할인행사)’을 기다리던 소비자들도 카카오와 연계된 주소지 입력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낭패를 봤다.
일상에 미치는 카카오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서비스 탈퇴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직장인 이정연(36)씨는 “여유 자금의 상당 부분을 카카오뱅크 계좌에 넣어놨는데 전부 빼서 시중은행에 분산 예치할 계획”이라며 “특정 회사의 앱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제대로 배웠다”며 고개를 저었다. 시민 지모(35)씨는 “거래처에서 보낸 파일을 열지 못해 당황한 경험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곧바로 외국 메신저 ‘텔레그램’을 깔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