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보려고 사돈어른 방으로" '전국노래자랑'이 바꾼 풍경

입력
2022.10.16 14:53
TV 찾아 삼만리...실시간 트렌드 검색어 등장
'전국노래자랑' 얽힌 사연, 줄 이어 
출연자 과반이 2030, "학비 벌러 왔어요" 출연자도
"역시 잘하네" 반응 속 "목소리 묻혀" 아쉽다는 지적도

누리꾼 'D****'씨는 16일 정오쯤 동생집에 함께 사는 사돈어른 방을 찾았다. 송해의 뒤를 이어 김신영이 진행하는 KBS1 '전국노래자랑' 첫 방송을 보기 위해서였다. TV가 없는 D씨는 사돈어른 방에서 '전국노래자랑' 본방을 사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오래된 자개 문갑 위에 놓인 TV에선 김신영이 양희은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에 "김신영이라는 젊은 여성이 대중문화 현장의 리더로 활동하는 역사적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응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거실에서 TV가 사라지는 'OTT 시대'에 김신영의 '전국노래자랑' 합류가 'TV 찾아 삼만리'의 진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김신영이 이끈 '전국노래자랑'이 이날 첫 전파를 타자 온라인은 삽시간에 후끈 달아올랐다. SNS엔 '전국노래자랑'을 TV로 보고 있는 인증 사진과 시청 후기가 굴비 엮듯 올라왔다. 트위터엔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노래자랑'이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로 등장했다. 장년층이 주 시청자였던 '전국노래자랑'의 오래된 역사를 고려하면 이례적 관심이다. SNS엔 "살면서 내가 '전국노래자랑' 본방사수하려고 일어날 줄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국노래자랑' 본방 사수를 하다니"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이날 '전국노래자랑'을 본방 사수하면서 프로그램과 얽힌 저마다의 사연을 고백하기 바빴다. ''전국노래자랑' 틀어 놓고 점심 설거지하고 있는 내가 너무 웃겨. 옛날에 할머니가 그랬는데. 설거지 끝나면 과일 씻어 오시고. '전국노래자랑' 보다가 갑자기 할머니 생각나네" "'전국노래자랑' 오랜만에 틀어 봤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 싶다. 어릴 때 일요일에 간식 먹으면서 항상 같이 봤는데" "일요일이면 엄마 방에서 늘 '전국노래자랑'이 흘러나왔다. 엄마 연세 따라 볼륨도 점점 커지면서, 온 집안이 노래자랑 속에 묻혔던 기억. 송해 아저씨도 엄마도 안 계시지만, 김신영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시청을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전국노래자랑'은 양희은과 김신영이 함께 부른 '행복의 나라로'로 문을 열었다. 김신영은 이 노래를 부르다 왼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그는 울고 있었다. 누리꾼 'J***'씨는 "양희은 선배님이 개막하며 김신영을 소개해 주는 데서 이미 울어버렸다. 신영이 잘 부탁한다는데, 아이 첫 등교시키는 (심정으로) 안절부절못하는 선배님들... 너무 좋다"고 했다. 브레이브걸스를 비롯해 에일리 등의 출연에 "정신 못 차리고 보다가 식기세척기 돌리는 것을 까먹었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전국노래자랑'에 양희은을 비롯해 K팝 아이돌 스타가 줄줄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김신영이 이끈 '전국노래자랑'엔 전통에 젊음이 더해졌다. 참가자 12팀 중 과반인 7팀이 2030세대였다. 출연자 중엔 "학비 벌러 나왔다"는 20대 대학생도 있었다. 이 출연자는 '전국노래자랑'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소원을 이뤘다. 온라인엔 "학비 챙겨 준 건 킬링 포인트였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신영의 '전국노래자장' 첫 진행을 본 시청자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온라인엔 "역시 진행 잘하네" "송해 선생님 방식을 그대로 이으면서 신참만이 가질 수 있는 색을 잘 입히려고 노력해서 기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이 적지 않았나 싶다. 울 할머니 반응은 괜찮았음' 등의 반응을 보였다" 등의 글이 적잖이 올라왔다. 하지만 "(진행) 목소리가 묻혔다. 차차 좋아지겠지"라고 아쉬워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