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2년간 '반짝 흑자'를 기록하는 국민건강보험이 내년부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건보 보장성 강화의 여파다. 설상가상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로 지원하는 규정은 올해로 효력이 끝나 건보 재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수지는 1조4,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이어 2024년에는 2조6,000억 원으로 적자가 더 불어나고 2028년에는 8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21조2,0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적립금도 2028년에는 완전히 말라 바닥을 드러낸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9년 2조8,000억 원 적자였다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에는 병원 방문이 줄면서 적자 규모가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 2년차였던 지난해에는 2조8,000억 원 흑자에 이어 올해도 1조 원 정도 흑자가 예상되지만 불과 2년 만에 다시 대규모 적자로 전환되는 것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내년 건강보험 수지를 1조2,000억 원 적자로 추산했다. 내년 적자액에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후 적자폭이 매년 커져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은 매한가지다.
정부는 2012~2016년 매해 3조 원 이상 흑자를 기록한 건강보험 수지가 2017년부터 급격히 악화된 이유를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찾고 있다. 건강보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이 이전까지 9.0%에서 2019년에는 13.8%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로 직장가입자 건강보험료는 2018년 3.49%, 2020년 3.20%, 2021년 2.89%가 올랐다. 내년 보험료율은 7.09%로 정해져 처음 7%대가 됐다.
여기에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건강보험 지출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복지부는 건보 재정 안정화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지난 8월 23일 '건보재정개혁추진단'을 발족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1월 초까지 개혁 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상태다.
정부 차원 개혁과 별개로 국고 지원이 올해로 끝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7년 일부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은 매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했다. 당초 10년 뒤 끝나는 일몰(日沒) 규정이었는데 두 차례 기한을 늘려 올해 12월 31일까지 유효기간이 연장됐다. 정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20%' 기준을 지키지 않고 14% 안팎으로 지원했지만 이마저 사라지면 보험료 상승과 보장성 약화 등의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진다.
이에 국고 지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지원액을 늘리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다. 지난 13일 국회 복지위의 건보공단 국감에서도 관련된 지적이 쏟아졌다. 정춘숙 의원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고 지원이 중단되면 급격한 건보료 인상으로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처리될 수 있도록 복지위 위원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