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저축은행 예금 등장... "마지못해 올립니다"

입력
2022.10.1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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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고객 뺏길라" 예금금리 높이지만 
시중은행보다 금리 낮은 곳이 절반에 육박
대출금리 인상 어려운 탓… "대출 절벽 우려"

저축은행들이 10년 만에 '5%대' 정기예금 상품을 속속 내놓고 고객 몰이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금리 추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예금금리를 올리긴 했지만, 대출금리는 그만큼 올리지 못하면서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연 5.5%짜리 정기예금이 등장했다. HB저축은행은 전날 5%였던 1년 만기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이날부터 0.5%포인트 인상했다. 1,000만 원을 1년간 예치하면 세금을 제외하고 약 46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5%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이달 초 '0'곳에서 이날 기준 '18곳'으로 급증했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은 시중은행의 금리 추격과 무관하지 않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1년 만기 비대면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4.7%에 달한다. 신한·우리·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 역시 4.5%가 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최고금리가 4.5% 이하인 저축은행은 35곳에 달한다. 전체 저축은행(79곳) 중 44%가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은 셈이다.

통상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이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를 받기에 가능하다.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이자수익으로 상쇄하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20%)와 최근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예금금리를 올리는 만큼,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신규취급액 기준·한국은행 집계)는 올해 1월 2.43%에서 8월 3.58%로 1.1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저신용 차주 대상 신용대출 취급금리는 이미 19%대를 돌파해 더 이상 금리를 올릴 수 없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전체 저축은행 상반기 순이익(8,991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1,601억 원(15.1%)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수익구조는 이자수익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예금금리를 억지로 맞추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기준금리가 더 오른다면 저신용·취약차주에겐 대출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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