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후원자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베네수엘라인에 한해 임시 입국을 허가하기로 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밀려드는 불법 이민자 숫자를 감당하지 못하자,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에겐 최대한 입국 문턱을 낮추되, 불법 이민자에게는 철퇴를 가하겠다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이는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고국을 등져야 했던 우크라이나인들을 수용할 때 적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상으로 ‘특별 인도적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을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미국 내 보증인 또는 단체를 확보하고 보안 검사를 통과하는 등 일정 자격을 증명할 경우 미국에 정식 입국하고 2년간 합법적 체류와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5년간 멕시코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하려다 체포된 전력이 있으면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더힐은 “이번 결정을 통해 약 2만4,000여 명이 허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미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이 재정적 후원자를 구하고 백신 접종을 완료할 경우 2년간 미국 거주 및 취업을 허용했는데, 이와 유사하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베네수엘라 불법 이민자를 막을 수 없는 수준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에서는 매일 1,000명 가까운 베네수엘라인들이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탄압과 경제난을 피해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고 있다.
8월 적발 건수는 2만5,349건으로 전달(1만7,652건)보다 43%나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나 많다. 바다와 육지를 통해 불법 입국을 하다 보트 전복으로 익사하거나 트럭 화물칸에서 질식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결국 완전히 국경 문을 닫아 부작용을 양산하느니, 적법한 대상자를 선정해 질서 있는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대신 불법 이민자에게는 더욱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알렉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는 사람들은 멕시코로 즉시 보내고, 향후 (특별인도 입국)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실제 불법 이민자 감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새 프로그램은 범위(대상자)가 제한된 데다 미국에서 새 삶을 찾으려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당국의 적발을 피해 남부 국경을 넘으려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