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술핵 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여권에서 핵무장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파기를, 차기 당대표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자체 핵무장을 각각 주장했다. 북한 핵무장에 대응한 전술핵 배치는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나 이번에 대통령실·여당이 비핵화 원칙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제기한 것이다. 전술핵 배치 결정권을 쥔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엊그제 출근길 문답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술핵을 포함한 북핵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충분했다. 적어도 윤 대통령은 핵 무장에 부정적이던 대선후보 시절 입장에서 달라졌다.
윤 대통령을 지원하듯 정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미 휴지 조각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결단의 순간이 왔다”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9·19군사합의는 물론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했다. 1991년 남북이 채택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냉전 이후 한반도 질서를 규정한 것으로 북한 비핵화의 근거였다.
북한이 전술핵 협박까지 하는 지금 국민 안전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 보다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고심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엄밀히 진행되고 투명하게 알려야 할 안보 사안을 여론 떠보듯 혼란스럽게 제기하는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
더구나 전술핵 배치는 북핵 용인을 전제한 것인 만큼 일본 핵무장을 초래하고 북한 대응 수위까지 높여 한반도를 한층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대북 억지 또한 괌 배치 전략자산 등 미군 군사력으로 가능하다. 백악관은 관련 질문에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혀야 한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북핵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실익 계산도, 한미 조율도 안 된 시점에 전술핵부터 꺼낸 것이라면 무책임하단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