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국 탈락, 국가적 수모다

입력
2022.10.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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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해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2020~22년 이사국인 한국은 총 47개국 중 아시아 지역에 할당된 4개국을 놓고 방글라데시와 몰디브, 베트남,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5위를 차지하면서 이사국 진출이 좌초됐다. 인권 및 민주주의 수준을 감안할 때 앞선 4개국에 밀린 건 뼈아픈 외교 실패다. 2006년 유엔인권이사회 출범 당시 이사국(임기 3년)으로 선출된 한국은 3연임 금지 규정에 따라 건너뛰는 방식으로 계속 연임(2006~11년, 2013~18년)에 성공해왔다.

외교부는 올해 한국이 유달리 많은 국제기구 선거(14개)에 입후보해 견제심리가 작용한 탓으로 설명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24~25년), 인권이사회·경제사회이사회 이사국(23~25년) 동시진출을 노린 자체부터 과도한 계획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 반발만 의식해 국제사회의 대북인권결의안마저 4년 연속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처리하다 유엔인권사무소와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며 정부 공식 답변 요구 서한을 받은 전례 등이 부메랑이 됐다는 평가다.

그렇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제적 역할을 강조해온 가운데 나온 것이라 다자외교 무대에서 벌어진 국가적 망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안 그래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3개국 대통령 순방을 거치며 적나라하게 드러낸 외교당국의 허술한 준비와 전략부재가 또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정은 법적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 인권 관련 안건을 승인해 정치적 비중이 상당하다. 정부는 이번 실책을 교훈 삼아 외교라인의 기강을 바로잡고, 유엔 분담금기여도 세계 9위에 걸맞은 위상을 세워야 한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모두 성취한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외교적 국격을 잃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