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했다. 두 기업은 앞으로 1년 동안 추가 절차 없이 장비 공급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11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소식통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 같은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필요한 장비를 1년 동안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공급받기로 미 상무부와 협의가 됐다"며 "중국에서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원만하게 협의가 됐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7일 △18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핀펫 또는 가펫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nm 로직 반도체 △14nm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의 대중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인 경우에는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대신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 시설은 개별 심사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 공장을 가동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한 협의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이들 공장의장비를 최신화하는 업그레이드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시 "다국적기업의 반도체 생산에 지장을 주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한국 기업 입장을 배려해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1년 동안 따로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장비를 들여올 수 있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1년 뒤에도 계속 적용될지는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진행 중인 사업이 아닌 미래 사업과 관련한 장비 수입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한국 측과 꾸준히 협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