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의 빼어난 경관은 예부터 증명된 터다. 단원 김홍도가 1796년에 그린 ‘병진년화첩’에는 ‘옥순봉’ ‘사인암’ ‘도담삼봉’이 등장한다. 모두 단양의 관광 명소다. 단양은 수도권에서 가까워 당일치기로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하룻밤 묵는 여정이면 단양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상상의거리, 수양개빛터널, 양방산전망대가 야경 명소로 뜨고 있다.
단양까지는 KTX이음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서울에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현지에서 가까운 곳은 농어촌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야경 명소는 대부분 읍내에서 멀자 않다.
첫 목적지는 상상의거리.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옆이라 접근성으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남한강을 따라 조성한 덱 주변에 토피어리 작품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낮에 시장을 오가는 주민과 다누리아쿠아리움 관람객의 이동로였던 곳이 저녁 무렵 조명이 켜지면 야경 명소로 변신한다.
최신 음향과 조명 기술을 적용한 ‘미러미디어’에 ‘순간을 소중히' '여행은 언제나 옳다’ ‘사랑하는 너와 단양 오길 참 잘했다’ 등 감성 문구를 비롯해 남한강에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이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된다.
고수부지 연결통로에는 강으로 뛰어드는 거대한 물고기 조형물이 빛을 발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서 5,000년을 기다린다는 상상 속의 물고기 ‘곤(鯤)’이 남한강에서 유영하는 것을 상상한 작품이다. 큰 뜻, 이상, 희망을 상징하는 물고기가 잠시나마 여행객을 꿈속으로 인도한다.
단양다누리센터는 건물 자체가 야경 집합체이다. 계단에는 쏘가리 조형물이 역동적으로 헤엄치고, 벽면 LED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풍경이 연출된다. 건너편 고수대교의 경관조명도 시시각각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한다.
읍내에서 약 7㎞ 떨어진 곳에 수양개빛터널이 있다. 차로 이동하는 과정부터 흥미롭다. 1985년 충주댐 준공으로 옛 단양읍(현 단성면·적성면 일대)이 수몰되고 중앙선 철길도 신단양 외곽으로 이설됐다.
외부와 고립된 애곡리 주민들은 옛 철길을 도로로 만들어 달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했고, 마침내 ‘수양개유적로’가 개설됐다. 이 도로로 차를 몰면 기차가 지나던 상진터널, 천주터널, 애곡터널을 차례로 통과한다. 단선 철로라 도로 역시 1차선이다. 터널 앞에서 멈췄다가 초록 신호가 켜져야 진입할 수 있다. 마주 오는 열차가 잠시 역에 섰다가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교차운행 방식과 동일하다.
천주터널과 애곡터널 안에는 다양한 색상의 조명이 설치돼 기차를 타고 달리는 듯한 속도감이 느껴진다. 끝 부분에 이끼터널이 있다. 실제 터널은 아니고 도로 양쪽의 시멘트 옹벽 위로 자란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습기를 머금은 옹벽에는 파릇파릇하게 이끼가 자라는데, 밤이면 조명이 켜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수양개빛터널 역시 옛 철로와 터널을 활용한 시설이다. 입장권(성인 9,000원) 한 장으로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비밀의정원, 수양개빛터널을 한꺼번에 관람할 수 있다.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1980년 충주댐 수몰지구 문화유적지표 조사로 발굴한 구석기, 후기구석기, 원삼국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1·2전시실에는 구석기시대, 3전시실에는 마한시대 유물이 있다.
야외로 나오면 휘황찬란한 빛의 향연이다. 5만 여 개의 LED꽃밭과 조형물로 빚은 ‘비밀의정원’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하트, 반지, 별 모양의 포토존 등 어디서 사진을 찍든 멋진 작품을 건질 수 있다. 프러포즈를 해도 왠지 성공할 것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다.
하이라이트는 수양개빛터널이다. 중앙선 선로 이설 후 수십 년 동안 방치됐던 수양개터널이 영상, 음향, 미디어파사드를 더한 복합 멀티미디어 공간으로 변신했다. 32m 영상으로 표현하는 과거와 미래를 비롯해 6가지 테마의 빛의 예술이 펼쳐진다. 오후 6시 30분 이후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인 양방산에서는 밤이 되면 단양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단 급경사와 급커브가 많은 시멘트 포장도로라 올라갈 때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전망대에서 보는 단양읍내 야경은 미니어처를 보는 것처럼 깜찍하다.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 아래 남한강이 불빛을 감싸며 흐르고, 주변 산줄기도 어슴푸레하게 감지된다. 마치 야간비행을 하면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