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악플에 고통"…'얼어죽을 연애따위'에 녹아든 연애 예능

입력
2022.10.14 21:42
'얼어죽을 연애따위'의 이야기 속 이야기
"실제 연애 예능 보는 듯한 생생함"

연애 예능 전성시대라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2' '체인리액션' 등 사랑을 다루는 무수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대중을 만나는 중이다. 드라마에도 이야기 속 이야기로 등장하며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ENA 새 드라마 '얼어죽을 연애따위'는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연애 예능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담는다. 이 작품은 20년 절친 여름(이다희)과 재훈(최시원)이 연애 리얼리티쇼 PD와 출연자로 만나 뜻밖의 연애 감정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해 시청자들과 웃음과 짠함을 선사하는 중이다. 극 중에 등장하는 연애 리얼리티쇼의 이름은 '사랑의 왕국'이다.

최규식 감독은 '얼어죽을 연애따위'의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때 "'나는 솔로' 남규홍 PD님 인터뷰도 하고 리얼하게 만나는 과정을 스케치했다. 신선하고 날 것 그대로더라. 리얼리티적 요소들을 우리도 반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크게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사랑의 왕국'이 캐릭터에게 부여된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랑의 왕국'은 연애 예능을 향한 뜨거운 관심과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비판받아온 지점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1화에서는 '사랑의 왕국' 연출자 채리(조수향)가 마진국(이석준) 국장과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사랑의 왕국' 화면 속 가림(안소진)과 하빈은 버블 스파 데이트를 했고 곧 함께 한 방으로 사라졌다. 이후 접시 위에서 소리를 내며 흐느적거리는 낙지들이 화면을 채웠다. 마 국장은 "남녀가 방을 잡고 들어갔는데 여기에 꼭 이렇게 낙지를 붙여야 했느냐. 너무 야하다고 방통위에 제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리는 "반응이 좋았다. 최고 시청률을 찍었고 인터넷에 사진도 돌아다닌다"며 맞섰다.

2화로는 연애 프로그램 참가자가 악플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랑의 왕국' 출연자 가림은 연출자인 채리를 찾아가 "다 너 때문이다. 나 요즘 악플 때문에 정신과 처방받아서 약까지 먹고 있다"고 했다. 채리를 고소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리는 "고소해라. 그런데 계약서에 연출자의 편집권에 이의 제기할 수 없고 촬영본에 대해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을 거다"라고 답했다. 프로그램 덕분에 SNS 팔로워가 3배 늘었지 않느냐며 가림을 비웃기도 했다.

'얼어죽을 연애따위' 속 '사랑의 왕국'은 24.5%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현실에서도 많은 연애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시선을 모아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설정 때문에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제작진의 제대로 된 보호가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랑을 찾아 나섰던 많은 예능 속 청춘들은 악플에 몸살을 앓았다. '얼어죽을 연애따위'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했다.

'얼어죽을 연애따위'가 방송을 거듭하면서 연애 예능에 대한 더 많은 것들이 담길 예정이다. 프로그램 측은 첫 방송에 앞서 '사랑의 왕국'의 출연자들을 소개하며 그중 한 명인 장군(강서준)이 유명세를 얻기 위해 연애 예능을 찾은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현실을 잘 반영한 지점이다. 대중은 홍보를 목적으로 출연을 결심한 듯한 이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해왔다.

제작진은 "'얼어죽을 연애따위'에 등장하는 '사랑의 왕국'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연애 예능들과 비슷한 구성 및 방식으로 실제 연애 예능을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랑받고 있지만 완벽하진 않은 연애 예능들의 어두운 이면이 '얼어죽을 연애따위'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이 드라마에 더욱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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