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샌드위치 터줏대감 '렌위치' 주세훈 회장 "다인종 뉴욕 사회 식문화 소개가 내 버킷리스트"

입력
2022.10.31 12:00
24면
사업 시작 33년 만에 한국 언론 첫 단독 인터뷰 
렌위치 회장 겸 NBA 밀워키벅스 공동 구단주 
뉴욕 대표 메뉴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국내에 소개
"고급화되는 외식 시장...종합적 경험 중요"


지난달 22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ifc 몰의 샌드위치 가게, '렌위치(LENWICH)'를 찾았다. 동네서 흔히 볼 수 있는 국내 샌드위치 가게와 세 가지가 달랐다. 먼저 ①대표 메뉴 '파스트라미 샌드위치'의 개당 가격이 1만3,500원이었다.(샌드위치가 이 가격이라니)주문한 샌드위치가 나오기까지 10분 가까이 걸렸다.(샌드위치가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③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직원만 5명이었다.(주방에만 저렇게 사람이 많다고?) 이들은 주문을 접수한 후부터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점심 시간대 매장은 가득 차지는 않았지만 끊임없이 손님이 들어왔고, 인기가 많은 샌드위치 빵은 품절이었다. 온라인 리뷰에는 "미국 뉴욕에서 맛있게 먹었던 샌드위치라 반갑다", "파스트라미 샌드위치가 작아 보이지만, 먹고 나면 든든하다", "샌드위치치고 가격이 비싸다" 등 다양한 소감이 올라왔다. 국내에서 처음 대중적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선보인 미국 뉴욕의 로컬 샌드위치 브랜드, 렌위치가 33년 만에 북미 대륙 바깥에 마련한 첫 해외 점포의 모습이었다.

하루 뒤인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만난 주세훈(58) 렌위치 회장에게 "왜 이렇게 샌드위치가 비싸냐"고 물었다. 주 회장은 손사래를 쳤다. "아휴, 온라인에서 리뷰를 보니 '가격이 사악하다'고 하던데, 정말 억울해요."

억울한 이유를 들어봤다. "샌드위치 재료인 파스트라미와 콘비프는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고기를 씁니다. 주방에 직원이 몇 명이 있던가요?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는 불판에서 조리하는 데 7분이 걸립니다. 직원 두 명이 주문받아 조립만 하는 다른 샌드위치와 5명이 직접 조리하는 샌드위치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순 없지 않나요."

렌위치의 대표 메뉴는 소고기의 양지나 차돌박이 부위의 지방을 제거하고, 진한 향신료로 염지한 뒤 낮은 온도로 훈연해 만든 파스트라미를 이용해 만든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이 즐겨 먹는 샌드위치로,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의 '카츠 델리(KATZ'S DELICATESSEN)'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로 잘 알려졌다. 1989년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나오는 그 가게다.



"내년 4호점까지 낼 계획...베트남 진출 계획도"


렌위치는 1989년 창업 당시 고가였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재해석해 일반 노동자 시급 수준인 4달러(약 5,730원·20일 원달러 환율 기준)짜리 제품을 내놓아 큰 인기를 얻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에서 조그마한 점포로 시작해 지금은 뉴욕에만 직영 매장이 16개다. 서브웨이보다 좀 더 고급스러운 샌드위치 매장으로 통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인 2019년에만 약 440만 개의 샌드위치를 팔아치워 '맨해튼에서 가장 큰'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자리 잡았다. 렌위치의 대표 메뉴는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로, 가격은 12달러 49센트(약 1만7,900원)다.

렌위치를 만들고 키운 주인공은 198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5세대 주세훈, 주세붕(55) 형제다. 이들은 올해 처음 서울 여의도와 상암에 1, 2호점을 냈다. 동생 주세붕씨는 렌위치 코리아 대표를 맡아 실질적으로 렌위치 운영을 이끈다. 반면 주세훈 회장은 일찌감치 렌위치뿐 아니라 부동산 업계와 요식 산업 전반에 진출했고, 존 매도(John Meadow) 대표와 외식 경영 회사인 LDV를 공동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투자하고 있다. 주 회장은 한인 최초로 2019년 미 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의 공동 구단주에 이름을 올려 유명세를 탔다.

렌위치가 첫 해외 매장을 한국에 연 까닭을 물었다. 주 회장은 "한국 진출은 버킷리스트에 있던 일"이었다며 "다양한 인종의 역사가 녹아 있는 뉴욕 문화를 한국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에 있는 샌드위치 브랜드들은 대부분 주문하면 속재료를 조립해서 내는 '차가운 샌드위치'를 내놓지만, 샌드위치도 수제 버거처럼 주문 즉시 만드는 요리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렌위치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부터 한국 진출을 준비했다. 국내에서 낯선 식재료인 파스트라미를 대량으로 납품할 업체를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미국에서 고기를 들여와 훈재와 가미를 할 업체를 찾아냈다. 올해에만 5개의 점포를 열려 했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직원들 훈련 과정도 어려웠고, 물류 이송과 물품 수급도 순조롭지 못했다. 결국 일단 2개 점포만 열기로 했다는 것이 주 회장의 설명이다.

렌위치는 빠르면 올해 말 서울 광화문에 3호점을, 내년 4월에는 서울 강남에 4호점을 내고, 앞으로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주 회장은 "한국에선 낯선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한국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반응이 상당히 좋다"며 "렌위치 매장이 늘면 기존 샌드위치와 렌위치의 차이점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까지 노린다. 주 회장은 "K트렌드로 서울은 동남아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도시"라며 "뉴욕과 서울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돈 뒤 동남아 소비자들의 입맛과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장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급호텔에만 있는 스카페타도 한국 진출할 것"


주 회장과 함께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매도 LDV 대표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스카페타의 일본 1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주 회장의 건물에 존 매도 LDV 대표가 자신의 바를 열면서 시작됐고, 이들은 2008년부터 외식경영회사 LDV를 함께 세우고 세계 곳곳에 레스토랑을 열고 있다. 스카페타가 대표적인데, 미국 뉴욕을 비롯해 마이애미, 라스베이거스, 필라델피아, 영국 런던 등 주요 도시의 고급 호텔에 입점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18개월 동안 4개 대륙에 스카페타의 문을 연다"며 "한국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은 차세대 외식 사업 진출지로 한국을 눈여겨보는 이유로 역동성과 고급화를 꼽았다. 주 회장은 "서울은 최근 20년 동안 빠르게 변화했다"며 "그사이에서 특히 젊은 세대는 외국의 새로운 문화를 매우 잘 흡수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외식 문화가 고급화되면서 사람들의 소비가 단순히 맛있는 식당에 국한되지 않고,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함께 즐기는 등 종합적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존 매도 대표는 "호텔과 함께 레스토랑이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줄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그래서 스카페타는 세계 주요 도시의 고급 호텔에 입점하는데 한국도 그런 저변이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정도엔 한국 진출 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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