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계기로 불거진 친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7일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합동훈련을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유튜브 방송에서 “일본군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 그런 일이 실제 생길 수 있다”고 더욱 자극적인 발언으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밀릴 수 없다는 듯 거세게 반격하면서 친북 논쟁으로 공방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금이 이럴 때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출근길에 “핵 위협 앞에 어떤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며 친일 비판을 일축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안보를 망치는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이 대표를 맹공했고 주호영·김기현·권성동 의원 등도 일제히 비판에 가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그럼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다는 말이냐”며 친북 프레임을 자극했다. 하지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져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정 비대위원장 발언은 식민사관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시대착오적 종북몰이, 색깔론 공세를 펼친다”고 다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본질은 사라지고 친일·친북론으로 싸우는 여야 수준이 부끄럽다.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일 자위대에 대한 우려, 한일 군사협력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문제 제기가 과연 안보 환경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인지, 국민의 반일 정서를 자극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럽다. 결과적으로 여야가 서로에게 친일, 친북의 이미지를 덮어씌우는 데 급급하니 예상했던 정쟁과 편 가르기로 이어졌을 뿐이다.
정치권이 안보 이슈를 정쟁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오랜 색깔론, 지난 정부에서 기승을 부린 친일론은 버려야 한다. 더욱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낡은 싸움을 벌일 때인가. 자중하고 진짜 외교안보,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