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차별 보복 공격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유엔은 10일 긴급총회를 열어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기로 했고, 주요7개국(G7) 정상들도 11일 긴급회담을 개최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어도 결의안이 채택되면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과 정치적 압박은 거세진다. 친러 행보로 경제 이익을 취해온 중국 인도 역시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러시아는 앞서 크림대교 폭파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와 에너지·통신 거점에 75발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시민 출근 시간대에 맞춘 장거리 미사일과 자폭 드론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희생되는 등 약 100명이 사상했다. 보복 공격을 인정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런 일이 계속되면 러시아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림대교가 푸틴의 자부심이자 남부전선 주요 보급로이긴 하나 푸틴은 불리한 전세와 국내 정치적 입지의 타개를 노려 강공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민간인에 대한 피의 보복은 전쟁범죄이자 용납하기 어려운 잔학행위다. 민간인을 겨냥하지 않는 단순 특별 군사작전, 테러작전을 수행한다는 푸틴의 주장과도 상반된 행태다.
반복되는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푸틴 압박에 나서는 건 국제사회의 공통된 책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불법 전쟁의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압박과는 별개로 중재 시도조차 없는 전황이 갈수록 격화하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푸틴은 전쟁 총사령관을 강경파로 교체하고 동맹 벨라루스와 연합군을 구성해 전쟁 확대를 예고했다. 이번 공격도 그 일환일 가능성이 큰데 우크라이나 또한 과감한 역공을 준비 중이고 미국 등은 첨단장비 지원을 약속했다. 일말의 낙관적 전망보다는 확전의 새 국면을 앞둔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한 대응도 중요하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연장이 북한의 공세적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