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아 꾸준한 혁신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11일 사내 방송을 통해 공개된 기념사를 통해 "한화의 지난 70년은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형을 확대해 온 역사"라며 "창업시대부터 사업보국을 바탕으로 남들이 가지 못하는 길, 가려 하지 않는 길을 걸어왔다"고 평가했다. 9일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화는 특별한 행사 없이 이날 오전 각 사별로 장기 근속 포상과 함께 김 회장의 기념사를 사내 방송으로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방송은 김 회장이 직접 출연해 찍은 녹화 영상을 내보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김 회장은 "한화는 100년 그 이상의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성공 방정식을 허물어서라도 새 패러다임을 이끌 지속가능한 한화만의 혁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2년 김 회장의 부친인 고 김종희 회장이 세운 한국화약을 모태로 한 한화는 현재 방산, 석유화학, 금융,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현재(올 상반기 기준) 93개 계열사, 664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한 재계 7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토털 방산 기업, 그린에너지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 그 이상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며 "고객 일상에 가장 밀접한 금융·서비스부터 꿈과 미래를 앞당겨 줄 화학·에너지·항공우주까지 모든 영역에서 한화다운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고 했다.
한화는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태양광, 그린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와 우주 산업, 방위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최근 관련 계열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통합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것도 사업 재편 차원이다.
또 ①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에게 태양광·방산 등 주력 사업을, ②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에게 금융 사업을, ③삼남 김동선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장에게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각각 맡기며 3세 중심의 경영을 본격화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삼남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듯 뒤에서 소통 경영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7월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임직원 80여 명에게 직접 축하 편지를 보낸 게 대표적이다. 또 3월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전 부통령과의 회동에 이어 4월에는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 만찬 행사를 갖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경영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지만 신용과 의리의 한화정신을 통해 시련을 극복하고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었다"며 "한화를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하게 만든 원동력은 한화 가족 모두의 헌신이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끝으로 "100년 한화를 향한 혁신의 길에 인재와 윤리·준법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공정한 보상과 과감한 채용·발탁을 통해 함께 도전하고 꿈을 키워, 끝없이 도약할 100년 한화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