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돌아온 박병호, 거짓말 같은 홈런쇼

입력
2022.10.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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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특급 조커 등에 업은 KT
준PO 직행 티켓 주인 11일 최종전서 가려져

'국민 거포' 사전에 불가능은 없었다. 거짓말처럼 부상을 털고 돌아온 박병호(36·KT)가 믿기 힘든 '대포쇼'를 펼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걸린 3위 싸움을 시즌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박병호는 10일 수원 NC전에서 팀이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가 상대 구원투수 송명기의 2구째 직구를 걷어 올려 좌중간 쐐기 2점포를 터뜨렸다. 지난 8일 KIA전에도 3점 아치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데 이어 이틀 만에 또 터진 연타석 대타 홈런이다. 박병호의 한방과 장성우의 4회 역전 3점포에 힘입어 KT는 NC를 5-2로 꺾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지난 번 홈런도 그렇고 이날도 운이 따랐다"면서 "결과보다는 타이밍에 신경을 썼는데 다행히 잘 맞아떨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종전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갈 지 모른다"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가 후회하면 안 되니까 최대한 준비해서 집중력 있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박병호는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9월 10일 키움전에서 안타를 친 뒤 주루 플레이를 하던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시즌 아웃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나가기 위해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부상 재발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박병호는 예상보다 빠르게 7일 KIA전에서 복귀했다. 다만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는 불가능하다. 이에 이강철 KT 감독은 박병호를 중요한 승부처에서 딱 한번 쓸 수 있는 '특급 조커'로 낙점했다.

제대로 달리지는 못하지만 박병호에게 주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폭발적인 파워로 한 방에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면 됐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신기할 정도로 정말 대단했다”며 “더그아웃에서 박병호의 홈런을 지켜보는데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놀라워했다.

시즌 34, 35호 대포를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린 박병호의 홈런쇼에 KT는 막판 2연승을 달리며 3위를 지켰다. 시즌 성적은 80승2무61패로 4위 키움(80승2무62패)과 0.5경기 차다.

이제 시즌 최종전인 11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하면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한다. 키움과 상대 전적에서 7승1무8패로 뒤지기 때문에 패하면 4위로 밀려나 5위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한다. KT는 최종전 선발투수로 고영표를, LG는 임찬규를 예고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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