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시절 자신의 개가 텅 빈 복도를 향해 짖는 일이 가끔 있고, 딸 모린이 링컨의 유령을 본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재밌자고 지어낸 말일 수도 있다.
흉가, 즉 귀신이 출몰한다는 집에는 대개 기이한 사연이 있다. 주로 자살이나 살인 등 참혹하거나 비통한 이야기다. 격렬한 사건을 전해 듣는 이들이 느낄 만한 정념이 어떤 이들의 얄궂은 상상력으로 구체화하고 소문으로 뭉치고 구르며 만들어졌음직한 꽤 정교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은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전개와 결말이 대부분 유사하다. 심령술이나 샤머니즘,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현상 같은 것들을 신봉하는 이들은 달리 말하겠지만, 흉가는 그런 집단기억의 오브제일지 모른다. 거기에는 레이건의 백악관 괴담처럼 ‘오락적’ 요소도 스며 있다.
미국 뉴욕의 아미티빌(Amityville) 저택도 그런 곳이다. 1974년 11월, 데페오(Defeo) 일가의 장남 로널드가 부모와 동생 넷을 총으로 살해했다는 곳. 그 집은 로널드의 외할아버지가 딸을 위해 장만해준, 침실 스무 개에 수영장과 보트하우스까지 딸린 저택이었고, 이웃들은 데페오 일가가 무척 화목했다고 전했다. 다만 장남 로널드와 아버지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로널드가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말썽을 부리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사건이 빚어졌다.
그는 1975년 10월 14일 시작된 재판에서 강도 짓이라고 했다가, 정작 범인은 여동생이고 자신은 여동생을 저지하려다 죽게 한 것뿐이라고 하는 등 진술이 엇갈렸다. 범행 총기에 소음기가 없었지만 이웃 누구도 총소리를 듣지 못한 점, 로널드에겐 어린 동생들까지 살해할 동기가 없었던 점 등은 의문거리로 남았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는 2021년 옥사했다.
1975년 말, 그 집을 헐값에 구입해 이사를 든 조지 러츠(George Lutz) 일가가 불과 28일 만에 귀신이 나타난다며 떠났다. ‘아미티빌 괴담’은 이후 소설과 드라마 등으로 잇달아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