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5일 평안남도 태천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저수지에서 발사된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된다.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발사하게 되면 이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다름없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한미 군 및 정보당국의 추적을 회피하고자 새로운 수단을 꺼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을 모두 현장 지도했다면서 관련 사진 수십 장을 공개했다. 북한은 특히 “지난달 25일 새벽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앞서 지난 25일 북한이 평안남도 태천에서 동해상으로 SRBM 1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 주장에 따르면 수중에서 발사된 만큼 사실상 SLBM으로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그간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발사 시험을 감행해 온 것과 비교해볼 때 내륙 저수지에서 SLBM 발사 시험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전 세계 역사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북한은 앞서 열차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해 발사 시험을 한 적은 있지만 이는 2차대전 시기 열차포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태천 저수지에서 발사한 수중미사일은 이른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미사일의 수중발사 개량형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1일 열린 무기전시회 ‘자위-2021'에서 해당 무기를 공개하고 10월 19일 신포에서 발사한 바 있다. 우리 군 당국 역시 지난달 25일 태천 발사 탐지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스칸데르 계열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이 저수지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평가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발사대의 생존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수를 (발사지점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SLBM을 바다까지 운반해서 시험평가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우리가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면 킬체인으로 대응하겠다고 하니 발사 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도록 별별 아이디어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