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역사 교육과정에 '자유 민주주의', '남침' 등을 명시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던 새 교육과정에서 이번엔 '노동인권교육',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의 삭제·축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급기야 교육과정 공청회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졌다. 8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종합연수원 문화관에서 열린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 공청회'에서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위원장이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 노동을 삭제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하자,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무대 위로 뛰어들어 최 위원장을 밀쳤다. 또 다른 남성도 최 위원장의 마이크를 뺏으려 했고, 마지막 세션이 진행되던 공청회는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특성화고노조는 공청회 내내 보수단체 회원들이 조합원들을 향해 조롱과 욕설을 했는데도, 행사를 주최한 교육부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성화고노조에 따르면 이날 조합원들은 '고졸 일자리, 고용 보장' 등의 구호가 적힌 천을 몸에 두르고 공청회에 참석했는데, 보수단체 회원들이 "취직이나 하라", "가서 공부나 하라"고 조롱했다. 이후 최 위원장이 발언권을 얻어 무대에 오르자 무대로 난입해 폭력까지 행사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당시 충돌을 우려해 경찰에 질서 유지를 요청했으나, 해당 남성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난입했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 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 '환경·생태교육, 민주시민교육 및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 등을 교육목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는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8월 공개한 교육과정 시안에는 관련 내용이 사라진 점을 비판하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기 위한 교육, 민주시민교육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연대해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뜻한다. 노동인권교육은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 노동자의 인권에 관한 교육이다.
교육과정 연구진은 총론의 교육목표에 생태전환교육과 노동인권교육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는 8일 "정책연구진은 초·중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는 총론 문서의 성격을 고려해, 압축적이고 가치중립적으로 서술한 현재 시안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에선 도덕 과목 교육과정 시안에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도 '동성애 옹호하는 교육과정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이들이 있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는 양성평등 대신 성평등이란 용어를 사용하면 성소수자들을 '제3의 성'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과정이 연말에 확정될 때까지 이 같은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 공청회는 8일로 모두 끝났으나, 교육부는 온라인 홈페이지 '국민참여소통채널'에서 재차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교육부의 교육과정심의회, 국가교육위원회 등의 심의를 거쳐 최종안이 마련되면, 교육부 장관이 연말까지 확정해서 고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