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줬던 이대호(40·롯데)는 이제 타석에서 관중석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대호가 눈물로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8일 부산 LG전을 마지막으로 22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치고 사직야구장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과 팀 동료들에게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이제 이대호는 등번호 10번과 함께 영원히 전설로 남는다.
롯데의 심장은 멈췄지만 이대호는 또 한번 팬들 마음 속에서 크게 요동칠 다른 심장을 기다린다. 그는 “후배들이 조금 더 노력하고, 구단도 과감한 투자를 해서 롯데 팬들이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후계자로 한동희(23), 김민수(24)를 지목했다.
이대호는 “한동희가 팀에서 가장 잘하고 있고, 김민수도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라며 “언제 갑자기 (기량이) 좋아질지 모르고, 잠재력도 충분해 기대 많이 하고 응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한동희는 대선배의 바람대로 이대호가 떠나는 날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이대호를 흐뭇하게 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한동희는 올해 타율 0.307 14홈런 65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한동희보다 1년 먼저 롯데에 입단한 김민수는 아직 크게 두각을 나타나지 못했지만 타격에 재능을 가진 기대주로 평가 받는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57에 11타점. 한동희는 “(이대호 선배와 함께한)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유독 더 짧게 지나간 것 같다”며 “그 순간들이 정말 영광이었고, 함께 하는 동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민수도 “이대호 선배와 마지막 포옹을 나눌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제대로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며 “이제 롯데 팬이 되겠다고 했는데 실망시키지 않도록 잘해서 이대호 선배를 나의 팬으로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처럼 이대호가 후배들의 성장을 바라는 이유는 평생 꿈인 롯데의 우승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2년 간 프로 생활을 한 이대호는 개인 성적, 국가대표, 일본프로야구에서 정상을 찍었지만 정작 17년 몸 담았던 롯데에선 한국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의 야구 인생 점수도 100점 만점에 50점 밖에 주지 않았다. 이대호는 “개인 성적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랑하고 좋아한 롯데를 우승 못 시키고 떠난다는 점에서 감점이 크다”며 “무거운 짐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죄 짓고 떠나는 기분”이라고 아쉬워했다.
롯데가 세 번째 우승에 다가서기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강민호(삼성), 손아섭(NC)이 롯데를 떠날 때 마음 아파했던 이대호는 구단에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 성장하고 있는 후배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계속 성장해갈 수 있도록 잘 보살펴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롯데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