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가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7일 발표했다. ‘해외 배당’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큰 4월을 제외하면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9월에는 국제유가 안정세 덕분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 결정을 하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다. 감산에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겹치면 현재 배럴당 80달러 후반인 국제유가는 11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부터는 경상수지마저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삼성전자의 발표도 심상치 않다. 부문별 실적은 나오지 않았으나, 경기침체로 인한 정보통신제품 판매 부진에 재고 증가가 겹치면서 반도체 부문 이익이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체질을 고려할 때,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부진과 고유가가 겹치는 ‘복합 위기’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 필연적으로 우리 경제 최후 방파제인 외환보유액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이다. 하지만 환율 방어를 위해 9월 한 달에만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 경상수지 적자는 자칫 국제 환투기 세력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초대형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간으로 보면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는 흑자”라고 밝혔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국제유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가 낙관론에 매달리는 사이 한국 경제 취약점을 경고하는 외신이 하나둘 늘고 있다. 더 이상 정부를 믿기보다, 민간에서 ‘한 집 한 등 끄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