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지식 학습에 따라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
시작 단계에서부터 외부의 도움은 철저하게 배제됐다고 했다. 적어도 순수한 창작성에서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단 설명이다. ‘다부스’란 인공지능(AI) 발명자의 이름으로 식품용기 등을 포함한 2개 제품 특허 출원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 AI 개발자인 스티븐 테일러씨가 최근 국내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내비친 자신감으로 들렸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인공지능(AI)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특허청의 입장에 막히면서다. 자연인이 아닌 AI에게 인간 고유 영역으로 인지된 창의성을 인정할 경우, 돌아올 사회적인 혼란 등도 감안된 듯했다. 아직까지 AI의 인간계 진입은 시기상조란 얘기다.
지난 3일 특허청에 따르면 ‘다부스’ 발명자로 표시된 특허 출원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지난달 28일 무효 처분했다. 이에 따라 “다부스는 정당한 발명자다”고 주장한 출원인의 장담도 무색해졌다. 출원인이 한국 외 15개국에서 낸 해당 특허출원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출원인은 앞서 해당 특허출원에 대해 “발명자로 명기된 AI를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특허청의 보정요구를 거부했다.
이번 AI 특허출원에 대한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국내 특허법과 관련 판례에선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원칙은 세계 주요 나라의 특허법도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AI 특허출원 성사 여부엔 상당한 관심이 쏠렸다. 최근 들어 AI의 지식재산권 수용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다. 지난 3월 독일 연방 특허법원에선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성명 게재 시엔 AI에 대한 정보 병기까진 허용한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어진 4월엔 2심 법원에서 뒤집히긴 했지만 지난해 7월 호주 연방 1심 법원에선 AI를 발명자로 인정한 사례도 나왔다.
AI의 인간계 진입 시도는 예술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UPI 통신 등에 따르면 텍스트 입력만으로 이미지 생성까지 가능한 ‘미드저니 AI’를 활용, 18페이지 분량으로 완성된 공상과학(SF) 만화 장르의 ‘새벽의 자리야’가 미국 현지 저작권청으로부터 최종 승인됐다.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의 저작권은 AI가 아닌 작가에게 돌아갔다. 작품 완성에 기여한 AI보단 전체적인 밑그림을 설계한 작가에게 더 후한 점수가 주어진 모양새이지만 역시 AI의 저작권 소유 자체를 강하게 부정한 미국 내 분위기가 반영됐단 후문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월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역시 ‘미드저니 AI’로 완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대상을 거머쥐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출품자는 대회 참가 직전부터 AI 활용을 밝혔다는 점에서 꺼릴 게 없단 입장이지만 순수 예술계에선 여전히 “부정행위나 마찬가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I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 유럽(EPO), 영국, 호주, 캐나다 등 7개국 특허청이 참여한 가운데 ‘AI 발명자 보호 국제 콘퍼런스'도 개최됐다.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란 주제로 온라인상에서 열린 이 행사에선 각국에서 논의 중인 사항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공유됐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볼 때 언젠가는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여 우리 특허청은 인공지능 발명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해 학계·산업계 및 외국 특허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미 해군사관학교가 자리한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 이곳에선 미 해군에 새롭게 합류한 무인수상정(USV)의 진수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최첨단 자율선박 기능을 탑재, 유령선으로도 알려진 ‘매리너’. 미국의 싱크탱크 미해군연구소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조만간 캘리포니아 선단에 합류할 예정인 이 무인선박은 해상 상황에 따라선 유인 항해도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매리너는 미 해군 내 자율 시스템 활용 강화 전략 프로젝트인 '유령 함대'의 일환으로 구상됐다. 최근 알려진 미 해군의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현재 약 300척의 전투함 규모를 2045년엔 520여 척까지 늘릴 예정인데, 이 중 150척은 무인선박으로 채워질 방침이다.
USV는 말 그대로 무인항공기(드론)처럼 승조원 없이도 원격 조종이 가능한 선박이다. 정찰에서부터 자료 수집과 보급, 전자전 수행 측면에서 탁월하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 위험이 ‘제로(0)’다. 위험한 해상 지대에서도 장시간 동안 주어진 임무를 실행하기엔 맞춤형 선박이다. 유인 선박에 비해 경제적인 유지 비용 측면에서 또한 효율적이다. 얕은 수심에서 기동이 가능한 부분도 효과적이다. 해상전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은 이런 장점을 가진 무인수상정을 현재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점쳐진 대만해협 인근 투입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해상 무인 체계도 발빠르게 완성되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 산케이 신문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무인항공기(UAV)를 이미 도입한 일본 방위성은 현재 USV와 무인잠수정(UUV)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UAV 사업의 경우 주로 정보 수집이나 초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일본에선 공격형 UAV 연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선 더딘 중국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200톤급 USV에 대한 첫 자율 시험 운행을 저장성 앞바다에서 마치는 등 해상 무인 체계 밑그림 그리기에 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UUV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서 “정찰용 무인잠수정이 2030년대에 전력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찰용 무인잠수정은 2019년 5월 제327차 합동참모회의에서 장기 신규 소요가 결정된 전력으로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앞으로 정보함 등에서 운용하기 위한 유·무인 복합체계 운용개념을 정립하고 관련 기술을 병행해 개발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정찰용 무인잠수정 예산은 2023~27년 중기계획에 연구개발(R&D) 예산 약 5억 원이 반영됐다.
군은 정찰용에 이어 전투용 무인잠수정 전력화에도 나선다. 국방부는 "정찰용 무인잠수정 개발 이후 전투용 무인잠수정을 순차적으로 전력화해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4일부터 국내에서 실시 중인 다국 간 기뢰전 훈련엔 미국과 뉴질랜드의 무인잠수정 등이 참가하고 있다. 향후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V) 등 무인전력을 운용할 예정인 한국 해군은 이번 다국 간 기뢰전 훈련을 통해 무인잠수정 운용 국가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무인체계 운용과 관련된 전술적 활용방안 등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2016년 처음 시행된 다국 간 기뢰전 훈련은 올해 7회째로, 매년 한국 해군 주관으로 진행 중이다. 12일까지 계속될 이번 훈련엔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벨기에, 싱가포르, 이탈리아, 튀르기예 등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