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구고 경기장에서 마산 용마고와 대구고의 연습경기가 펼쳐졌다. 이곳에는 뜻밖에도 뉴욕 양키즈 스카우터들이 3명이나 와 있었다. 마산 용마고 장현석 선수를 보러 온 것이다.
소감을 물어보니 예상대로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곁에서 들은 그들의 대화 요지는 “공의 무브먼트가 좋다. 역시 회전수가 탁월하다”는 것이었다.
이날 장현석 선수의 등판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 양키즈는 서울에서 스카우터를 급파했다. 세계 최고의 프로 야구단인 뉴욕 양키즈가 급파한 스카우터 3명과 야구 관계자 및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선수는 역시 마산 용마고 장현석이었다.
고교 2학년인 장현석(18)은 신장 190㎝ 체중 90㎏에 100m를 12초대 초반에 주파할 정도로 뛰어난 신체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다 민첩성, 유연성, 허리회전 그리고 하체까지 사용할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마산 용마고 진민수(38) 감독은 경기 전 장현석에게 “오늘은 투구 밸런스와 변화구 체크가 등판 목적이다. 1이닝 정도만 던지게 할 것이므로 강속구는 뿌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날 2회말 2사후 등판한 장은 모두 5명의 타자를 상대로 삼진 3개, 내야플라이 1개, 1피안타를 기록했다.
경기 전 강속구를 던지지 말라고 했음에도 이날 장의 투구 최고 속도는 시속 149㎞를 기록했다. 9월29일 상원고와의 연습경기에서 153㎞를 기록했으니 힘을 빼고 던지긴 한 것 같다.
장현석의 주무기는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156㎞의 강속구와 투심, 커브, 120㎞대의 체인지업에다 종으로 떨어지고 횡으로 휘어져 나가는 2가지 슬라이드다.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종은 슬라이드. 내년 주말리그 등판까지 체인지업 기술을 끌어올려 좌우 타자 상관없이 경기를 지배하겠다는 것이 장의 현재 계획이다.
장현석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린 이는 전 NC다이노스 이호준(46·LG트윈스 코치) 선수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장현석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창원NC파크에서 펼쳐진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러 갔었다. 사건은 경기 전 벌어졌다. 당시 장현석 어린이의 눈에 주차하는 이호준 선수의 차가 들어왔다.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이 때가 아니면 싸인을 받을 수 없겠다 싶었는지 차량 쪽으로 달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인지라 주차하던 이호준 선수도 순간 이를 볼 수가 없었다. 결국 이호준의 차량 뒤 타이어는 장현석 어린이의 발등을 밟고 지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발을 치인 어린이는 아무렇지 않아 했으나 운전자 이호준 선수는 크게 놀랐다. 다급히 차에서 내린 이호준은 구단 응급실로 장현석을 옮겨 응급처치와 혹시 모를 이후의 사태를 대비해 병원치료를 비롯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
이것이 장현석과 이호준의 첫 만남이었다. 이로 인해 장현석은 야구인의 길을 걷게 되었고,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조금은 황당한 만남, 이때의 인연이 장현석의 인생을 바꿔놓게 될 줄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당시 이호준은 “현석아 너는 키도 크고 몸이 잘 빠지고 운동신경도 있는 것 같다. 야구 한번 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했고 장현석은 바로 야구 인생에 접어들었다.
장 선수는 지금도 이호준 코치의 열렬한 팬이다.
장현석은 “제가 아직 2학년이지만 주위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프로와 NPB, MLB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큰 무대에서 저를 지켜봐 주신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은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겸손해했다.
장현석은 “내년 목표가 3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친구이자 올해 한국일보 주최 봉황대기 우승팀 부산고의 에이스 원상현 선수를 이기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산용마고 선수라면 숙명이라고 생각하는 지역 최대 라이벌 마산고와의 경기에는 모두 선발 등판, 경기 최다투구수인 105개를 소화하면서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는 것”이라고 당차게 밝혔다
마산고 전에서 승리해야 팀원과 동문들에게서 비로소 에이스로 인정받으므로 열심히 해서 동문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3번째는 최고 구속을 내년 졸업까지 160km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마산용마고 진민수감독은 “장현석 선수는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학습능력이 우수해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단지 졸업 후 한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써 바로 설 수 있도록 인성 교육과 다치지 않고 성장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