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장사하려면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데,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야 할 판입니다."
지난달 26일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대전현대아울렛)에 입점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화재로 매장 영업이 기약 없이 중단된 대전현대아울렛 입점 상인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0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현대아울렛에는 각종 의류 브랜드와 식당 등 263개 매장이 입점해 있다. 이 중 160개는 지역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다.
상인들은 당장의 피해도 적지 않지만, 최소 수개월 동안 휴업이 불가피해 생계가 막막해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대전현대아울렛 재개장까지는 최소 6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사고 조사를 통해 피해액을 산정해야 하고, 콘크리트 강도 측정 등 안전진단 조사를 해야 한다. 2020년 경기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고 발생 당시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구조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더라도, 피해면적이 4만여㎡에 달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매장 내 브랜드 중간관리자(매니저)와 대리점주의 근심은 더욱 크다. 중간관리자는 아웃렛과 브랜드 본사 거래로 입점된 매장을 관리한다. 매달 매출 일부를 이익금으로 받아 직원 월급과 시설비용 등을 부담하는 중간관리자에게 영업 중단은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다다. 영업 중단으로 수입이 뚝 끊긴 상황에서 매달 직원 월급을 챙겨야 하는 대리점주들의 고통도 클 수밖에 없다.
한 대리점주는 "10월부터 연말까지가 1년 매출의 40%를 차지해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예기치 않은 화재로 앞이 캄캄했다"며 "직원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권고사직 검토까지 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아웃렛 식당가의 한 직원도 "갑자기 다른 일자리를 찾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우선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속을 끓이던 상인들은 현대백화점이 지난 5월 긴급 지원금을 포함한 1차 보상안을 내놓으면서 일단 한숨을 돌렸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는 협력 업체 브랜드 중간 관리 매니저와 판매사원 등 1,000여 명에게 250만~350만 원의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이달 중 현대아울렛의 영업 정상화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영업 중단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의 9월 결제대금(250여억 원)도 당초보다 최대 24일 앞당겨 지급할 예정이다.
대전시도 입점 상인들에게 1인당 150만 원씩 6개월 동안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고, 대전고용센터에서 밀착 상담을 지원할 예정이다. 상인에게 최대 2억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대책도 내놨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6일 현대백화점 김형종 사장과 정지영 부사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없도록 개장 시점까지 충분한 보상과 지원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인들은 빠르면 다음 주 중 현대백화점 측과 피해 규모와 보상, 손해배상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협의체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입점브랜드 관계자는 "고인이 된 분들과 유족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보상을 논의한다는 게 무척 조심스럽고,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라 계속 미룰 순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장사를 다시 하는 것"이라며 "대전 아웃렛 재개장을 위해 현대백화점과 대전시가 힘을 합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