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전부 기각하거나 각하했다.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1차 가처분과는 정반대 결과다. 지난 가처분에서 숱한 논란을 낳은 ‘비상상황’ 개념을 국민의힘이 개정 당헌에서 보다 명확히 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 새 비대위 체제도 유지된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황정수)는 이날 이 전 대표가 신청한 3~5차 가처분에 대해 기각ㆍ각하 결정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5일 열린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당헌 개정안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3차 가처분은 “신청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했고, 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6명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4ㆍ5차 가처분은 “실체적ㆍ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8월 28일 이 전 대표가 제기한 1차 가처분 신청에선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인용 결정을 했다. 180도 달라진 법원의 판단엔 당 비대위 전환의 근거가 된 비상상황이 있다. 쟁점은 국민의힘이 1차 가처분 인용 후 당헌을 바꾸면서 비상상황을 새로이 규정한 절차와 내용이 적법하느냐에 모아졌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제96조 1항을 개정했다. 원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으로 돼 있던 불분명한 비상상황 규정을,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처럼 구체적으로 바꿔 비대위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1ㆍ2차 가처분이 인용된 결정적 원인이 모호한 개념에 있다고 보고 조건을 상세히 달아 새 비대위의 정당성을 얻겠다는 의도였다.
이 전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최고위원 4인 사퇴’를 비상상황으로 못 박은 개정 당헌은 소급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은 물론, 자신을 겨냥한 표적 처분이라는 이유를 댔다. 그는 곧 법원에 3~5차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과 이를 추인한 전국위 의결 모두 적법하다고 봤다. 우선 재판부는 “(개정 당헌은) 종전에 해석의 여지가 있던 불확정개념인 비상상황을 배제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게 요건을 정했다”고 밝혔다. 당헌 개정을 통해 비상상황 발생의 모호함이 해소된 만큼, 2차 비대위 전환도 헌법이나 정당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당헌 개정 동기가 ‘지도부 교체’라는 사실 자체가 개정 효력에 영향을 미칠 만한 하자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차 비대위가 설치될 때까지의 과정ㆍ경위를 보면, 이 전 대표의 주장처럼 국민의힘이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개정 당헌을 의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당헌 개정의 동기에 불과하고, 적용 대상이 이 전 대표에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자신을 표적 삼아 당헌 개정을 강행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법원은 당헌 개정안 효력이 발생해도 이 전 대표의 법률상 지위와 권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미 6개월 징계를 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에서 당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고, 비대위 출범으로 당대표 지위도 상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대표의 법적 지위에 있지 않은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3차 가처분을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