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부자냐.”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미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 아니냐”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기업이 부자라는 프레임,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터였다. 답변은 같았다.
이틀째 기재부 국감의 주요 쟁점은 예상대로 법인세 인하였다. 정부는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내리고, 중소ㆍ중견기업에는 일정 과세표준(5억 원)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 부담을 완화한다는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진보를 표방하는 야당은 대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의도가 밑에 깔려 있고, 기업 이익이 결국 사주(社主)로 수렴한다고 봤다. 반면 보수 여당은 법인을 성장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은 맹공을 가했다. 김주영 의원은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보는 기업은 상위 0.01%”라며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내는데도 사내 유보금을 많이 쌓아 놓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수진 의원은 “초대기업 편향 세제 개편”이라고 일갈했다. “새 정부 법인세 개편안은 대기업보다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감면폭이 더 크다”는 추 부총리의 설명에 홍영표 의원은 “마치 중소기업에 많은 혜택을 준 것처럼 말장난하는데 결국 중소기업 하나당 혜택은 26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효과 논쟁도 반복됐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했을 때 매출이나 당기순이익 데이터에 영향이 있는지 7개 직업군에서 살펴봤는데 드러나는 게 없었다”고 했고, 같은 당 홍성국 의원은 “기업 투자 결정 요인은 법인세가 아니라 새 기술 확보 여부”라고 했다. 추 부총리는 “다수 연구기관과 국제기구가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법인세 인하를 권고하고 있다”며 “결국 투자 및 세수 확대로 선순환하게 되고 다 국민께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도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거들었다.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450억 파운드(약 73조 원) 규모 감세안을 내놨다가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방침을 철회한 영국 정부가 반면교사로 등장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감세 정책을 거둘 의사가 있느냐는 이수진 의원 질문에 “영국 사태 핵심은 건전 재정”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도 우리 감세안이나 재정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답했다.
‘부자 감세’ 논란은 일부 소득세를 놓고도 빚어졌다. 5,000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을 주식시장 침체를 감안해 2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이 추 부총리에 의해 거듭 확인되자 민주당은 반발했다. 유동수 의원은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5,000만 원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0.8%에 불과했다”며 “상위 1%를 위한 대책”이라고 비난했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늘리는 대신 거래세를 줄이는 게 금융 세제 선진화이고, 해외 투자자를 국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환율 방어 수단일 수 있다는 조언(고용진 민주당 의원)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