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신에 대한 추가 징계 여부를 논의하는 당 윤리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윤리위 출석 거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리위 측의 출석 요구 과정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빌미로 징계절차를 이양희 윤리위원장 임기 이후로 지연시키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5일 이 전 대표 변호인단은 윤리위 측이 지난 29일 이 전 대표에게 이메일로 보낸 소명서 제출 및 출석요구 공문을 공개하고, 해당 요구가 "위헌·위법이어서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윤리위는 이 전 대표의 언행 등이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추가 징계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윤리위는 이 전 대표에게 6일 윤리위에 출석할 것과, 5일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변호인단은 윤리위가 구체적인 징계사유도 알리지 않고 소명을 요구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징계사유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이 '니 죄는 니가 알렸다'는 식의 조선시대 원님 재판으로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대표의 소명 준비기간이 짧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전 대표의 변호인 강대규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기관의 징계절차는 행정절차법을 준용하고 있는데, 의견제출에 필요한 기간을 10일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위가 소명서 제출을 요구한 날이 지난달 29일이고, 제출기한이 이달 5일까지이므로 열흘이 안 된다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또 국민의힘 당규는 징계 회부 사실을 당사자에게 '지체 없이' 서면으로 통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윤리위가 이 전 대표의 징계절차 개시를 결정하고도 11일이나 지나 '늑장 통보'를 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징계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6일 윤리위에 출석할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방어권 행사가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지만, 윤리위 회의에 직접 나서서 징계절차의 무효를 주장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
이 대표 측이 별안간 윤리위 출석 요청에 제동을 건 것은 이 위원장의 임기(이달 14일까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윤리위가 이 전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당장 5일 출석통지서를 다시 보낸다고 해도, 최소 10일 뒤에 징계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임기를 넘어가게 된다. 일종의 '지연 전술'이라는 것이다. 윤리위원장의 임명권은 당대표(비대위원장)에게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 위원장을 연임시킬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당 지도부가 이 전 대표의 징계를 밀어붙인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된다.
6일 윤리위 결정은 조만간 나올 법원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윤리위가 이 전 대표에게 '탈당 권유'나 '제명' 등 중징계를 내리면 당대표직 복귀가 불가능하고, 이렇게 되면 법원이 가처분 사건을 각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법원 결정 이후로 윤리위 결정을 미루기 위해 징계절차를 문제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언행을 해당행위로 판단하려는 윤리위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1980년대 학습만화책인 '따개비 한문 숙어' 사진을 게재한 뒤 "이 책은 내가 어릴 때 학교마다 꽂혀있는 교양도서였는데, 이제 금서로 지정될 날이 다가오는 듯하다"고 썼다. 최근 이 전 대표가 '양두구육' 등 사자성어를 사용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비판한 일을 윤리위가 문제삼은 것을 풍자한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