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버스 준공영제 재정 부담 도민에게 떠넘기나

입력
2022.10.05 17:13
道, 성과 평가·개선방안 용역 마무리
비효율적인 노선 운영 등 문제투성이
재정부담 완화 위해 요금 인상안 제시
중복노선 통폐합 및 축소 방안도 마련
연내까지 개선안 확정 내년부터 시행

제주도가 '돈 먹는 하마'라는 꼬리표가 붙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뜯어고치겠다며 개선 방안 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제주도가 시내버스 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 감축의 핵심 사안인 감차(減車)가 77대에 그쳐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히 제주도의 재정 부담 완화 방안으로 버스 요금 인상이 포함돼 있어 결국 재정 부담을 도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제주도는 ㈜인트랜,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 ㈜스튜디오 갈릴레이에 의뢰한 '버스 준공영제 성과 평가 및 개선방안 용역'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개선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번 용역은 지난 4년간의 준공영제 운영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티머니 교통카드를 통한 이용자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제주도는 2017년 8월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과정에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준공영제는 제주도가 버스 운송업체의 노선 운영권을 조정, 관리하는 대신 버스운송업체에 적정 이윤을 포함한 운영경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제주도와 이행 협약을 맺고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버스업체는 모두 7곳이다. 버스운송업체의 총수입금이 표준운송원가(운송비용)에 못 미치는 경우 그 차액을 일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제주도가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손실금으로 버스업체에 지원하고 있지만, 버스 수송 분담률은 준공영제 시행 전후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원 인건비 과다 지급 등 도적적 해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혈세로 버스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이날 발표한 준공영제 개선 방안 용역 결과는 시내버스회사의 경영 효율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내 버스 노선 변경 등을 통해 버스회사의 수익성을 높여 제주도의 재정 지원을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실제 용역진은 버스 준공영제 개선을 통해 2025년까지 대중교통 수요 10% 증가, 대중교통 서비스 15% 향상, 보조금 22%(210억 원) 감소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간선·지선 노선중복도 70% 이상은 통폐합을 추진하고, 대체 노선 10개 이상, 환승통행량 10% 이하의 경우 운행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다만, 버스 배차, 차내 혼잡, 노선 굴곡, 환승 불편 등을 고려해 출·퇴근(등·하교) 시간대 배차 시간 간극 조정으로 운행 횟수를 늘리고, 기점·종점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반영해 이용객이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에 맞춰 버스 배차시간표를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도 재정지원금 감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감차는 77대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번 용역 결과 버스 준공영제 운영 과정에 버스 보유 및 운행과 관련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재 도내 준공영 및 공영제의 총 노선수는 219개, 운행 횟수는 1일 6,926회, 투입된 버스는 794대(추자·우도 마을버스 제외)로 준공영제 시행 이전보다 노선과 운행 버스가 늘었다.

하지만 평화로와 번영로 중심 노선에 편중되고, 이용객이 많은 시간과 적은 시간에 동일하게 배차가 이뤄지면서 이용 수요 대비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또 제주·서귀포시 읍면지선 등은 운행 당 평균 10인 이하 탑승으로 매우 낮은 효율성을 보였다. 버스 1대당 운송원가도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높았다. 제주지역은 연료비와 버스회사 임원들의 인건비, 차량보험료가 서울 등에 비해 많았고, 버스 보유 대수당 재정지원금도 1억1,500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용역 보고서에 제주도의 재정 부담 완화 방안으로 버스요금 인상 필요성이 제시됐다는 점이다. 용역진은 물가 상승, 제주 지역 총생산 증가, 다른 지방에 비해 저렴한 버스 요금 등을 이유로 버스 요금 현실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1,200원인 간·지선버스는 100∼200원 가량 인상하고, 5,500원 수준인 공항리무진 요금도 1,500∼2,000원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준공영제의 재정 부담을 사실상 도민들에게 떠넘기는 셈이어서 향후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개선안으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준공영제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청회을 통해 이번 용역 결과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개선안을 최종 확정하고, 연말 까지 준공영제 개선 실행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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