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또 겨냥한 美 정부...국내 업계 "제재 대상 어디까지일지 예의주시"

입력
2022.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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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반도체 고강도 수출 규제 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불똥 튈 수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관련한 초강력 대중(對中) 수출 규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또 한번 긴장 상태에 빠졌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제재를 잇따라 강화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강력한 제재 조치가 더해질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자국 기술이 포함된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고성능 그래픽 카드 등의 중국 수출 금지를 이번 주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 따라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의 중국 수출을 원천 봉쇄하는 '화웨이식 제재'를 도입할 전망이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화웨이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반도체 부품 수급과 제품 판매를 못하게 한 것처럼 중국이 슈퍼 컴퓨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미국산 반도체나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방안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취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 "실제 발표 지켜봐야...경영 불확실성 커져"


문제는 한국 기업들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FDPR가 적용되면 한국이나 유럽 기업이 만든 첨단 반도체 제품의 중국 수출길까지 막힐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미 정부가 발표하는 실제 제재 내용이 슈퍼 컴퓨터나 AI 등에 한정된 '핀셋형 제재'일 경우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공식 확인을 한 사안이 아니고 조치의 범위와 대상도 공개되지 않아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슈퍼 컴퓨터에만 한정된다면 관련 제품들의 매출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데이터 센터 등으로 제재 범위가 확대된다면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커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 전체 낸드 생산의 40%가량을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하고, SK하이닉스 역시 우시 공장에서 D램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도 중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시장인데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실제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