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현무미사일 사고, 대응도 무책임했다

입력
2022.10.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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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4일 밤 실시된 한미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 훈련 도중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현무2가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기지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은 천만다행이지만 낙탄 과정에서 추진체가 불타면서 발생한 섬광과 굉음으로 기지 인근 강원 강릉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무2는 최대 사거리 800~1,000㎞의 탄도미사일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이다. 축구장 수십 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군은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췄다”고 장담했지만 군이 자랑하던 현무2의 낙탄 사고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기계적 결함에 따른 사고인지 운용상 문제였는지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필수다. 인천 주민 수십 명을 다치게 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오발사고(1998년), 춘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천궁 유도탄 공중폭발 사고(2019년) 등 심심찮게 오발사고가 발생하는 미사일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최신예 미사일의 낙탄사고도 심각하지만 군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도 문제다. 우리 무기가 국민을 위협할 뻔한 사고였는데도 군은 불안에 떨고 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킬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상황임을 감안해 5일 오전까지 언론에 보도유예를 요청했다고 하지만 사고 발생 8시간 만에 사고경위가 공개된 점은 이해할 수 없다. 재난문자 발송 등 주민들을 안심시킬 최소한의 조치가 이뤄졌어야 했다. 군이 사고경위를 밝히지 않은 사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서는 화재 영상이 속속 올라왔고 ‘전쟁이 난 것 아니냐’ ‘전투기가 추락한 것 아니냐’ 등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보안을 요구하는 작전상황이 아니라면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공개가 군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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