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맘대로 널뛰는 재료 가격… 치킨 가맹점주의 '눈물'

입력
2022.10.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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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공화국의 속살]
가맹점 필수품목 과하게 비싸도 본사 제지 못해
'품질 유지에 필요하다' 논리에 공정위도 소극적
본사, 필수품목 지정 후 공정위에 신고하면 면책
차액가맹금 여전히 비공개 상태 감시 쉽지 않아 
김한규 "차액가맹금 영업기밀 아냐... 공개해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한다고 해보자. 원부자재는 가맹본사를 통해 무조건 구매해야 한다. 본사에서 치킨 튀기는 기름을 시중 제품과 0.1% 정도만 다르게 가공한 뒤 ‘00치킨용’이라는 라벨을 붙이고 마트보다 1.5배 비싸게 판다면 이는 공정한 거래라고 할 수 있을까. 본사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 기름을 사들일 수 있다.

불합리해 보이지만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본사의 이 같은 행태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①가맹사업의 통일적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②치킨 조리에 필요한 원부재료로 맛과 품질을 결정하고 ③본사가 사전에 정보공개서 등을 통해 특정 상대방과 거래해야 하는 점을 미리 알렸다면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필수품목이나 구매 강제품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손쉽게 이익을 취하는 수단이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본질은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마진을 챙기는 ‘도소매 유통업’으로, 가맹점과의 거래를 통해 유통마진(차액가맹금)을 받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사가 원부자재에 과도한 유통마진을 붙여 가맹점주의 고혈을 짜낸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당국의 소극적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회계자료와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hc는 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주요 필수품목 마진율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bhc의 실질적 지배회사가 조세회피처인 몰타에 있었고, 유한회사로 전환해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시기에 수익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한국일보가 회계자료에 명시된 원부자재의 입출고 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의 마진율은 2013년 6월 32.58%에서 2016년 6월 47.15%로 15%포인트 급증했다. 이 기간 매입가는 오히려 내려갔는데도, 본사는 가맹점에 파는 공급가는 그대로 두거나 올렸다. 고올레산 해바라기유를 강매하면서 bhc 본사가 가져간 유통마진은 3년 만에 1억411만 원에서 6억2,688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신선육(37.58% → 39.17%)과 치킨무(19.33% → 25.37%)의 마진율도 증가했다.

문제는 필수품목은 신고 사항이라, 유통 마진을 과도하게 챙겨도 이를 제지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본사에서 원부자재가 품질유지에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고 당국에 신고하면 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공정위가 거래 상대방 구속행위와 관련해 조치한 내역은 △2018년 3건 △2019년 2건 △2020년 7건 △2021년 2건 △2022년 2건에 불과했다.

외부 감시도 쉽지 않다. 물류 마진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본사에 물류 마진에 해당하는 차액가맹금 정보를 공개하라고 결정했지만, 공정위는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어 비공개하되 가맹점주들에게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공정위가 중소상인보다는 본사 편을 들고 있는 셈이다.

김한규 의원은 “본사에서 가맹점으로 물품을 조달할 때 발생하는 유통이익인 차액가맹금이 왜 영업기밀인지 의문”이라며 “정말 영업기밀이라면 공정위에도 보고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소비자와 예비점주에게도 검토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공정위는 최근 유통 마진 폭리 논란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실태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필수품목의 매입단가와 연중 구매가격의 상·하한 가격을 조사하려다 업계 반발에 부딪히자, 연중 구매가격의 최저·최고가를 제출받기로 했다.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