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몇 세기인데 임신중지를 제한?"... 다시 불붙인 바이든

입력
2022.10.05 20:00
교내 생식권 홍보 금지 지침 거세게 비판 
임신중지 클리닉 보조금 85억 원 지급도
“공화당의 보건서비스 접근권 위협 좌시 안 해”

“우리는 지금 몇 세기에 살고 있나.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임신중지(낙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 아이다호대학이 제정한 임신중지 금지 관련 지침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면서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 금지 판결 직후 끓어올랐다가 다소 주춤해진 이슈에 다시 불을 붙여 11월 중간선거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100일 만에 열린 TF 회의에서 "미국 대학들은 아이다호대 같은 지침을 도입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이다호대는 교직원들에게 피임 등 생식권에 대한 얘기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임신중지를 조장하는 것은 중범죄라고 경고했다. 아이다호는 연방대법원 판결의 후속 조치로 임신중지를 금지한 13개 주(州)에 속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이다호대 지침은 개인이 사생활을 지킬 권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했다. 미 교육부도 임신으로 인한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학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날 생식 보건 접근권 보호에 600만 달러(약 85억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도 내놨다. 최소 200만 명의 저소득층에게 피임, 성병 검사 등 가족계획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투입된다. 백악관은 이와 별도로 4억 달러의 보조금 예산을 추가로 미 의회에 요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신중지권을 다시 쟁점화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TF 회의에서 "우리는 공화당이 극단적인 정책을 만들어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위협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당장은 민주당의 표가 부족하지만, 미국인들은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중지 이슈 관련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 편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올해 여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임신중지권의 충분한 법적 보장을 지지한 응답자가 6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청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