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학생 대상으로 주최한 제23회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만평 '윤석열차'를 두고 국민의힘 측에서 "표절이라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에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를 기관차로 묘사한 그림과 유사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런 구도의 만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표절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유상범·정점식·조수진 등 국민의힘 의원은 만평이 2019년 존슨 전 총리를 등장시킨 영국 만평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기관차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넣고, 기관차의 행로에서 사람들이 도망치는 그림의 구도가 유사하다는 이유다.
같은 당의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영국 타블로이드지 '선'에 만평을 기고하는 만화가 스티브 브라이트가 존슨 정권의 난맥을 풍자한 그림을 거론하며 "누가 봐도 그대로 표절한 것인데 심사위원들이 일러스트를 보지 못했거나 검증을 소홀히 한 게 아니냐"라는 주장을 폈다.
국민의힘 측이 표절을 주장하는 것은 해당 수상작을 근거로 행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문체부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논거를 만들기 위함이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이유로 한 지원 중단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일명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정치와 무관하게 해당 작품의 창의성이 없고 수상작 선정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기관차에 정치인의 얼굴을 그려놓고, 당황하는 승객과 행로상의 희생자 또는 장애물을 놓는 구도는 다른 영국 만평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이 묘사가 1946년에 탄생한 유명한 영국의 기관차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의 주인공 '토마스'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18년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데이브 브라운과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앤디 데이비는 모두 열차요금을 인상한 크리스 그레일링 전 교통장관을 기관차로 묘사했다. '메일'의 폴 토머스는 2019년에 당시 테리사 메이 정부를 압박한 브렉시트당 대표 나이절 패라지를 '포퓰리즘 기관차'로 표현했다.
'가디언'의 로나 밀러는 2021년에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대표를 기관차로,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토마스에 등장하는 2층버스 캐릭터 '벌지'로 그렸다. 만화 아래쪽에는 "벌지와 토마스와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라고 적어놨다.
토마스의 탄생보다 더 앞서 1840년에도 '사람의 얼굴을 한 기관차' 소재의 정치만화가 그려졌다. 다만 구도 자체는 조금 다르다. 이 그림은 당시 미국의 대통령인 마틴 밴 뷰런이 '엉클 샘의 마차수레(즉 미국을 의미함)'를 잘못 이끌어 쓰러트리는 것처럼 그리고, 대안으로 미국 대선에 출마한 윌리엄 헨리 해리슨 휘그당 후보를 기관차로 묘사하고 있다. 뷰런을 비판하고 '신형 엔진'인 해리슨을 지지하는 일종의 대선 홍보물인 셈이다. 이 그림은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역사 자료로 보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