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달 발생한 태풍 ‘힌남노'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 대응을 놓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태풍 피해 일주일 전부터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했다는 최 회장이 태풍이 북상하던 기간 골프장과 미술 전시회 관람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행안위 국감에는 지난달 경북 포항과 경주 지역에 영향을 준 태풍 피해와 관련해 최 회장과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포항제철소 침수 대책과 관련 최 회장은 "태풍 발생 일주일 전(9월 1일)부터 재난대책본부를 가동했고, 태풍 바로 전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공장을 가동 중지하는 조치를 했다"며 "회사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복구 현황에 대해 "시설 복구로 철강 수급이 정상화하는 시기는 12월로 보고 있다"며 "회사 재고와 수출 물량을 대체하고 필요한 부분은 광양제철소 증산을 통해 철강 수급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달 6일 새벽 최대 500㎜의 기록적인 폭우로 전기공급 시설인 수전변전소를 비롯한 제철소 대부분 지역이 침수돼 정전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하지만 의원들은 최 회장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태풍이 일주일 전부터 예고됐고, 총책임자로서 현장 지휘를 해야 하는 상황에도 골프를 치고 태풍 상륙 당일인 (지난달) 6일 서울에 있었다”고 질책했다. 이에 최 회장은 "최종책임자는 회장이지만 회사에는 직책별로 역할과 책임이 분할돼 있다"며 "현장소장이 현장에서 총괄지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일주일 전부터 재난대책본부가 가동 중인 상황에서 골프를 치러 가는 게 재난대책 책임자로 말이 되느냐"며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골프장에서 노닥거리면서 태풍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뻔뻔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풍 피해가 예보된 지난달 5일 최 회장이 미술 전시회를 관람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고 경영진이라는 증인과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 사장 모두 8월 30일부터 단 한 번도 태풍 대응 회의를 주재한 적이 없다"면서 "태풍이 포항으로 접근하는 시간대인 9월 5일 오후 4시부터 미술 전시회를 관람했다는데 맞느냐”고 물었고, 최 회장은 "맞다"고 인정했다.
최 회장은 침수 피해 원인에 대해서도 냉천 범람 탓으로 일관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기록적 폭우와 쏟아졌고, 만조까지 겹치면서 냉천이 범람했기 때문이다”며 “냉천 범람은 과거 유로를 변경해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주장하는 "포항제철소 건설로 냉천 유역 폭이 줄어들었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지난 50년간 냉천 범람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