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만 추궁하는 野 vs 문재인 정부 탓만 하는 與

입력
2022.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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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위 국감... '경제위기' 공방은 구색
농해수위에선 쌀 매입 의무화법 격돌

윤석열 정부 첫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네 탓 공방’으로 소진됐다. 야당이 국민 반발로 이미 날아간 대통령실 영빈관 예산을 집요하게 추궁하자 여권은 모든 위기와 난맥상을 전임 문재인 정권 탓으로 돌렸다. 미국 통화 긴축이 부른 고환율ㆍ고물가ㆍ고금리ㆍ저성장의 ‘복합 경제위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여야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끈질겼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경제ㆍ재정정책’ 대상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까지 영빈관 신축 예산 편성 경위와 대통령실 이전 비용 규모를 둘러싼 분란을 끌고 와 정부를 몰아세웠다. 양기대 의원은 “누구 지시로 대통령과 총리도 모르는 예산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느냐”며 “총리보다 힘센 비선 실세가 개입한 ‘국정 문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고용진 의원도 “허리띠를 졸라매자던 시기에 어떻게 대통령 몰래 (영빈관 신축 예산이) 들어갈 수 있냐”며 구체적 경위에 대해 함구 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힐난했다.

추 부총리는 압력을 받은 것도, 졸속 편성도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른 사업 예산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실과 기재부) 실무진끼리 충분한 협의를 거쳤지만 그 내역을 일일이 말하지 못하는 것은 보안 시설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격식 있는 국빈 영접용 공간 마련 계획은 여야를 떠나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으로 1조 원 이상이 들 것이라는 민주당 측 추산도 이날 여러 의원에 의해 재거론됐다. ‘연쇄 이동’이 예산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로, 합참이 수도방위사령부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정태호 의원의 질문이 대표적이다. 이에 추 부총리는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는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전) 예산을 먼저 이야기하냐”고 반문했다.

당정의 반격은 문 정부 실책을 겨눴다. 추 부총리가 인사말로 운을 뗐다. “복합 위기의 이면에는 수년간 누적돼 성장 잠재력을 잠식해 온 우리 경제ㆍ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와 비대한 공공 부문 탓에 민간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력이 약화됐다”고 했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문 정부 때 지역ㆍ계층 간 자산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 비판에 “자산 차이가 커진 것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 변동 요인이 컸다”고 맞장구친 이도 추 부총리였다. 이에 “문 정부가 뭘 잘못했나 찾아내는데 윤 정부가 힘의 90%를 쏟는 것 같다”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발끈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 관련 언급이 없지는 않았다. “선행지표가 다 나빠지고 있는데 부총리가 미시적 정책만 쓰려는 것 같다”고 질타한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첫 질의시간을 정부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촉구에 전부 할애했다. 그러나 현안의 세부적인 부분을 조목조목 짚는 야당 의원은 찾기 어려웠다. 구색 갖추기용 공격에 추 부총리의 방어도 “비상한 각오로 분발하겠다”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병행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농림축산식품부 국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지난달 민주당이 농해수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단독 의결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뿐 아니라 전날 역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된 안건조정위원장 선정 과정 등을 놓고도 여야는 격돌했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