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타격' 위협할 때마다 쏘던 北 미사일…이제 실전배치 단계로

입력
2022.10.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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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속도·비행거리 고려할 때 화성-12형 평가"
北, 2017년 8월 '괌 포위사격' 경고 후 발사 전례
미사일 주요 성능 반복 시험...실전배치 가능성

북한이 4일 태평양으로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화성-12형'이 유력해 보인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는 못 미치지만, 유사시 한반도로 출격할 전략자산이 배치된 미국령 괌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비행거리는 4,500㎞로, 5년 전 발사 당시(3,700㎞)보다 늘었다. 북한은 올 1월에는 사거리를 줄인 고각으로 발사해 미사일 성능을 재차 시험했다. 이 같은 반복된 발사를 통해 미사일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높여 실전배치 단계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에 대해 “현재로서는 IRBM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최대 속도는 마하 20(음속의 20배)이 넘지만 이번 미사일은 마하 17 수준에 그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북한은 무수단(화성-10) 미사일과 화성-12 미사일 등 최소 두 종류의 IRBM을 보유하고 있다. 무수단은 사거리가 3,000㎞가량에 불과하다. 반면 화성-12형의 사거리는 4,500~5,500㎞로 알려져 있다. 북한 미사일 기술 분석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최대 속도와 사거리, 정점 고도를 고려할 때 화성-12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월 30일 이번 발사장소와 같은 곳인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RBM 1발을 고각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은 약 800㎞를 날았고 고도는 2,000㎞, 최고 속도는 마하 16으로 분석됐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 이튿날 “검수사격 시험이 생산 장비되고 있는 화성-12형을 선택 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며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정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개월이 지나 또다시 유사한 미사일을 쏘며 성능을 시험한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 상공을 통과한 점에 비춰 정상 각도(30~45)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1월 발사 때와 사거리가 현격하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NHK방송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미사일이 이날 오전 7시 28분부터 29분 사이 일본 북부 홋카이도와 혼슈 사이 쓰가루해협 인근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상공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이 파악한 북한 IRBM의 비행거리는 약 4,600㎞로 일본 도호쿠 지방 동부 3,200㎞ 해역에 미사일이 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덧붙였다. 자위대의 대응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성-12형의 표적은 미 전략자산의 발진기지인 태평양 괌이다. 과거에도 그랬다. 북한은 2017년 8월 화성-12형 IRBM 4발로 미국령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일본 상공을 통과해 사거리 3,357㎞를 1,065초(17분 45초)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한 반발과 맞대응 성격이었다. 북한은 같은 해 9월 15일 화성-12형 6차 발사를 실제 감행했다.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3,700㎞를 비행해 태평양에 낙탄한 것으로 분석됐다.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3,400㎞)를 감안하면, 이 미사일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다.

북한은 화성-12형 미사일을 앞서 7차례 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중 최소 6차례 참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이번 8차 발사도 현장에서 지켜봤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2017년 4월 화성-12형 1차 발사부터 2017년 9월 6차 발사까지 모두 현장에 있었다. 다만 올해 1월 30일 7차 발사 때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어느 매체도 김 위원장의 동선을 다루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