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난 대책, 업체만 배불려선 안 돼

입력
2022.10.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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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일 심야 택시난을 해소하기 위해 심야 호출료 인상과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심야에 택시를 잡기 힘든 근본 원인은 택시기사들이 고령화됐고 코로나19 사태로 택시기사들이 택배와 배달 등 수입이 좋은 다른 일자리로 떠나며 숫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은 사실상의 요금인상을 통해 택시기사들을 끌어들이고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도 심야운행을 하도록 해 승차난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타다, 우버와 같은 택시 외 플랫폼 운송수단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연말까지 서울에 3,000대 정도 택시가 추가 공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심야시간 택시 잡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서울에서 밤 11시 이후 중단거리(5~15㎞) 택시 배차 성공률은 11~29%다. 승차난 해소는 서민생활에 직결된 문제라 정부가 사실상의 요금인상인 호출료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든 셈이다. 구체적으로 현행 최대 3,000원인 심야시간 호출료는 4,000(개인택시ㆍ법인택시)~5,000원(가맹택시)으로 오른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1,000원 올리고 심야할증요금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번 호출료 인상까지 더해지면 심야시간대 택시 기본요금은 1만 원을 훌쩍 넘게 된다. 가뜩이나 각종 물가가 올라 생활이 팍팍한 상황에서 서민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요금인상 혜택이 오롯이 택시기사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요금인상 때마다 택시업체들은 하루 17만 원 정도인 운송수입 기준금을 관행적으로 올렸는데, 이번 인상이 택시기사들의 실질적 처우개선에 사용되도록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전국 택시 수가 5만 대 이상 과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사자들의 노동권 보호가 취약한 플랫폼 운송수단 사업의 택시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신중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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