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캐고 솔송주 한잔... 3박 4일 한옥체험 얼쑤!

입력
2022.10.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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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활관광 프로그램 ‘함양온데이(on day)’

“심봤다~.” 함양 서하면 고산 숲속에 심마니의 일성이 울려 퍼진다. 산삼 캐기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손에는 7년 된 산양삼 한 뿌리씩이 들려졌다. 체험료는 3만 원이지만 참가자들이 내는 비용은 1만5,000원이다. 이 지역 산삼농원은 모두 해발 5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산양삼을 재배한다고 자랑한다. 함양의 생활관광 프로그램 ‘함양온데이’ 참가자들만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국내 여러 지자체들이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 함양은 11월까지 3박 4일 한옥 숙소에 머물며 지역을 둘러보는 ‘온데이(on day)’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사 어미에 경상도 사투리 ‘~데이'를 붙이면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함양온데이’는 ‘함양으로 오다’와 영어 ‘On(켜다, 지속하다)’의 중의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한옥 숙소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장점인 반면, 방음에 취약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함양온데이의 한옥 숙소는 고택이 아니라 여행객을 위해 새로 지은 한옥이다. 남계한옥스테이의 경우 작은 거실을 중심으로 왼편은 주방과 화장실, 오른편은 침대방이다. 출입문에는 '도어록'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다. 숙박과 조식이 포함된 3박 이용료는 1인 7만2,500원부터다.

일로당한옥스테이, 지리산태고재를 포함해 3개 숙소는 개평한옥마을과 인근 남계서원 주변에 위치한다. 개평마을은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 집성촌으로 100년 넘은 한옥 60여 채가 보존돼 있다. 그 중심에 일두 정여창 고택이 있다. 정여창은 조선 5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솟을대문으로 들어서면 12동의 건물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다. 문헌세가(文獻世家), 충효절의(忠孝節義), 백세청풍(白世淸風) 등의 글귀가 붙은 사랑채를 비롯해 중문과 담으로 구분된 안채, 아래채 등을 둘러보면 양반가의 정갈한 기품이 느껴진다. 일두고택과 쌍벽을 이루는 풍천 노씨 대종가와 주변 골목에서는 23일까지 ‘옥계류수풍류전’ 전시가 열린다. 12명 작가들의 도예, 판화, 한국화, 서각 작품이 한옥마을 운치와 어우러진다.




남계서원에서는 30일까지 매일 오후 6~9시, ‘빛의 노래, 서원을 밝히다’ 미디어아트 공연이 펼쳐진다. 정문인 풍영루와 담장이 약 15분간 미디어파사드로 변신해 서원의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린다. 낮 시간에는 전통차 시음과 제례의식 체험이 무료로 진행된다.

남계서원은 바로 앞이 들판이어서 주변 풍광이 빼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영주의 소수서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사액된 서원이자, 서원의 틀을 잡은 서원이라는 중요성으로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뒤쪽 높은 곳에 제향 공간을 배치하고, 아래에 강학 공간을 둔 서원의 건물 배치는 남계서원에서 비롯됐다.

함양온데이 체험도 개평마을이 중심이다. 일두고택 바로 옆의 ‘솔송주문화관’에서 전통주 칵테일 체험이 진행된다. 솔송주는 누룩에 솔잎을 섞어 솔향을 낸 하동 정씨의 가양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건배주로 등장해 유명해졌다. 술을 직접 빚는 건 시간상 불가능하고, 대신 가마에 불을 때어 증류주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칵테일 체험은 30년 넘게 솔송주를 빚고 있는 박흥선 명인이 진행한다. 얇게 썬 레몬을 눌러 즙을 내고, 술을 따른 후 토닉워터를 첨가하는 간단한 체험이지만, 잔디가 깔린 한옥 마당에서 곁들여지는 술 이야기가 퍽 운치 있다. 지역업체에서 만드는 떡과 안주도 일품이다.




함양온데이 참가자는 전통주와 산삼 체험 외에 한과 만들기, 고추장 담기, 선비문화탐방로 걷기 등 5개 프로그램 중 2개 이상에 참가해야 한다. 선택 체험으로 압화 만들기, 다식 만들기 프로그램이 있다. 체험료의 50%는 군에서 지원한다. 자세한 내용은 함양온데이 홈페이지(hyonday.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함양= 최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