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20대 여성의 의문사가 촉발한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처음 입을 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이만 최소 133명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군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똑똑한 사람이라면 이란 내 시위에 배후가 있음을 알 것"이라며 '외부세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진보를 막기 위해 이런 혼란을 조장하며, 과거에도 비슷한 음모를 꾸민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역으로 번진 이번 시위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서 비롯했다. 지난달 13일 가족들과 함께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은 아미니는 머리카락이 보이게 느슨하게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했다. 진상 규명과 강제 히잡 착용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는 이내 '종교 독재'에 맞서는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신정국가가 된 이란은 공공장소에서 만 9세 이상 여성에게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등 자유를 크게 억압했다.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신의 대리자'를 자임하고 있다.
하메네이는 이날 "젊은 여성의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증거 없는 의혹으로 히잡을 찢고 쿠란(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것은 분명히 정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범죄에 맞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경찰을 공격하는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진압을 정당화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에 따르면 최소 133명이 시위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부터는 테헤란 대학교 등 주요 대학에서 대학생들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당국은 대학생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주요 대학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