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생리의학상에 '인간 진화 게놈 수준으로 연구'한 스반테 페보

입력
2022.10.0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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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이어 2대째  생리의학상 수상
부자(父子) 노벨상 수상은 역대 7번째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간 진화를 게놈 수준에서 연구한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67) 박사에게 돌아갔다. 페보 박사는 1982년 생물학적 활성 물질에 대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아버지 수네 칼 베리스트룀에 이어 2대째 노벨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자(父子) 수상은 노벨상 역사상 7번째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3일 "멸종된 인류 및 현존 인류의 DNA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개척한 공로로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페보 박사를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페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3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했고, 가장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은 아프리카 밖에서 발전해 40만~3만 년 전까지 유럽·서아시아에서 거주하다가 멸종했다.

호모사피엔스는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동으로 이주한 뒤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따라서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수만 년 동안 유라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공존했다. 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멸종된 네안데르탈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게놈 정보에서 도출될 수 있다.

진화유전자를 전공한 유전학자인 페보 박사는 2010년 4만 년 된 뼛조각에 남아 있던 네안데르탈인 게놈을 시퀀싱(유전자 배열 순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의 DNA 서열은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현 인류보다 유럽·아시아에서 유래한 현 인류와 DNA 서열이 더 유사하다는 것을 규명했다. 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수천 년 동안 공존하는 동안 교배했다는 것을 뜻한다. 유럽이나 아시아 혈통을 가진 인간은 게놈의 1~4% 정도가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다.

페보 박사는 또한 2008년 시베리아 남부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4만 년 전의 손가락 뼛조각을 시퀀싱해 '데니소바'로 명명한 새로운 원인(原人·호미닌)을 발견했다. 데니소바인의 DNA는 멜라네시아와 동남아시아 거주민의 6% 정도가 보유하고 있다.

페보 박사는 이 같은 발견을 통해 인류 진화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했을 때 적어도 멸종된 2개의 호미닌이 유라시아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페보 박사의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고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정립됐고, 데니소바인이나 네안데르탈인의 고유한 유전자가 현 인류 생존력과 면역 반응 등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페보 박사는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가장 최근의 공통 조상이 80만 년 전에 살았다는 것도 알아냈다. 페보 박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출판된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성수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교수는 "페보 박사는 대학원생 때부터 유전자 시퀀싱을 직접 시행하면서 현 인류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혈액이 섞여 현대 당뇨병 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DNA가 손상되고 박테리아가 많아 난도 있는 분석 작업이 필요한데, 그는 이를 직접 해내 부친에 이어 노벨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보 박사는 아버지 수네 칼 베리스트룀의 혼외 아들로 알려졌다.

2대째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 부부(1903년 물리학상 공동 수상)와 그들의 큰딸 이렌과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 부부(1935년 물리학상 공동 수상), 1906년과 1937년 각각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조지프 톰슨과 아들 조지 톰슨 등 여럿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관례대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수상자들은 1,0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 원)의 상금과 메달·증서를 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던 2020년과 2021년의 수상자들도 이번에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노벨상은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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