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조사를 통보한 것을 놓고 여야가 정면 대결 양상을 빚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감사권 남용"이라며 반발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성역 없는 감사"를 주장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구 정권 간 갈등에 전직 대통령이 직접 등장하는 극한 대치국면으로 비화한 것이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조치를 전임 대통령 모욕 주기 차원으로 보고 있다. 서훈·박지원 두 전직 국정원장을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윗선’에 질문서를 내민 건 문 전 대통령이 연관됐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란 주장이다. 이에 감사원은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도 답변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경우도 14일 실지감사 종료를 앞두고 감사원법 제50조(필요한 경우 전직 대통령 질문서 발부)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야당이 문제 삼는 자체가 정치공세”라는 입장이다.
서해 사건은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 사망 사건 당시 정부 입장이 '추락'에서 '월북'으로 바뀌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전직 대통령이라도 의혹이 있다면 조사를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감사원은 정치적 편향 의혹을 받아왔다. 신재생에너지, 방통위와 권익위, 백신 수급 등 문 정부에 대한 '표적감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건도 이미 검찰에서 수사 중이라는 점에서 감사원이 무리하게 앞서 나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기구지만 직무 독립성을 가진 헌법기관임을 한 치도 잊어선 안 된다. “대통령 지원기관”이라던 최재해 감사원장의 말대로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손보기’의 돌격대밖에 더 되겠는가. 민주당도 이 사건이 국민 생명과 관련해 당시부터 논란이 컸다는 점을 인정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최소한의 협조적 자세를 보이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