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부모가 제 자식을 건너뛰고 갓 태어난 1세 이하 손주에게 물려준 재산이 전년보다 세 배 이상 불어난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세대 생략 증여'를 선택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고 있다는 의미인데,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세대 생략 증여세 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세대 생략 증여 재산가액과 증여 건수는 각각 991억 원, 784건이었다. 이는 2020년 기준 증여 재산가액 317억 원, 증여 건수 254건과 비교해 모두 세 배를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증여 재산가액을 증여 건수로 나눈 1세 이하 1인당 평균 증여 재산가액은 1억2,640만 원이다. 1세 이하가 조부모로부터 받은 재산은 일종의 '탄생·출산 축하 선물'로 보인다.
세대 생략 증여는 조부모가 부모를 건너뛰고 손자·손녀에게 바로 재산을 증여하는 방식이다. 조부모가 기왕에 손주에게 물려줄 재산인 경우 부모를 거쳤다면 두 번 내야 했을 증여세를 한 번으로 단축시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합법적인 제도이지만 부의 대물림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는 세대 생략 증여를 활용한 부의 대물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가산세 부과 등 과세를 강화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세대 생략 증여가 '세테크 전략'으로 부각되면서 이 방식을 통한 재산 증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은 "세대 생략 증여 가산세율이 올라갔는데도 금융·부동산 등 자산을 한 살에 불과한 손주에게까지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증여 재산에 대한 적정한 과세를 위해 세법 적용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