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10월은 내·외치에 있어 혹독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지난 일주일 새 4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데다, 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처리로 여야 협치가 실종된 가운데 4일부터 국정감사 정국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해외 순방에서 불거진 '비속어 논란'에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4%(9월 30일 한국갤럽 발표 기준)를 찍었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1주일 전 순방 성과를 재조명하고 있는 것은 지지율 반등 소재가 마땅치 않다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일 서면 브리핑에서 "어느 때보다 외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지난달 미국·캐나다 순방의 성과를 복기했다. 순방 기간 한미 정상 간 만남이 '48초 환담'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난달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방한으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협의 의사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또 "바이든 대통령과 이미 뉴욕에서 공감한 윤 대통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정신에 부합하는 양국관계'를 감안해 해리스 부통령이 다시 확인한 창의적 해법에 대해서도 양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동성 공급장치 실행을 위한 협력을 확인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정상회담으로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구축에 합의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순방에서 돌아온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이례적으로 성과를 재조명하는 배경에는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동시에 '비속어 발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10월 한 달간 국내 정치는 시계 제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외교 참사 논란과 박 장관 해임 건의로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간 가운데 국정감사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빈약한 외교 성과는 물론 대통령실 이전 예산, 김건희 여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혼란 정치 차원에서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야당이 박 장관 해임 건의안 카드를 꺼낸 이상 최소한 10월에는 협치가 사라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한반도 정세 관리'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물론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대북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도 이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1일 제74회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이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및 7차 핵실험 시 한미 공동대응조치 이행을 순방 성과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대북 강경책에도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윤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공개한 '담대한 구상'이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