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탄도미사일을 앞세워 각기 상대방을 정조준하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일주일 사이 7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쏘면서 도발수위를 높이자 우리 군은 전술핵에 버금가는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대북 압박의 고삐를 쥐었다.
북한은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에서 1발, 28일 순안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2발을 동해로 쏜 데 이어 7발째 도발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도발에 사용된 탄도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칸데르는 일정한 포물선 궤적이 아닌 변칙 궤도로 회피 기동을 하기 때문에 요격을 피하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는 사이 동해에서는 항공모함을 투입한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했고, 충남 계룡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국군의 날 행사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 발사의 경우 당시 미 항모가 입항해 있던 부산항과 북한 발사지점 간 거리(610㎞)가 탄도미사일 비행거리(약 600㎞)와 비슷했다. 1일 평양 순안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350㎞를 날아갔는데 이날 윤 대통령이 있던 계룡대까지의 거리(약 350㎞)와 큰 차이가 없다. 북한의 노림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일 “북한이 비행거리와 고도, 속도를 달리해 미사일을 쏘고 있다"면서 “여러 단거리 발사체에 대한 시험평가와 작전배치 준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 군 감시정찰 자산의 시간대별 감시역량과 대비태세를 확인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미사일 공세에 우리 군도 강력한 타격수단을 과시하며 맞불을 놓았다.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첨단 무기체계를 설명하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여기에 '3축 체계'의 하나인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이 등장했다. 화면에는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이 포함된다”면서 해당 미사일의 발사 장면을 전격적으로 선보였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에 맞서 응징수단으로 전면에 내세울 최신 미사일 발사 영상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영상 속 미사일은 먼저 공중으로 솟아오르다가 이후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됐다.
이 신형 미사일의 정체에 대해 '현무-4'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래식 미사일로는 최대 중량인 9톤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무기다. 마하 10의 속도로 800㎞까지 날아가 지하 100m를 관통해 폭발하는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0㎞면 서울에서 발사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유사시 지하 벙커에 은신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지휘부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 미사일로 꼽힌다.
미국이 1945년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 ‘리틀 보이’는 TNT 환산 1만5,000톤 규모 폭발력을 나타냈다. 이와 비교해 현무-4는 최신 미사일이라 정확성이 훨씬 높고, 지하에서 폭발하는 만큼 현무-4를 여러 발 동시에 터뜨린다면 특정 지역을 표적으로 전술 핵무기와 유사한 수준의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잇따라 쏘며 무력시위를 벌여도 애써 대응 발사를 자제했던 우리 군이 그간 꽁꽁 숨겨둔 강력한 ‘주먹’을 비로소 꺼내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