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합시다!"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일하는 도중에 나오는 먹거리로 새참, 곁두리, 샛요기, 중참, 참밥, 샛것, 새밥 등 여러 말이 있다. 그중에서 오늘은 '새참'에 담긴 사연을 풀어본다. '참'이란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동안을 말하는데, 시간을 뜻하는 참이 쉬는 동안에 먹는 음식도 되고 길을 가다가 묵을 곳도 된다. 참이 어떻게 시간도 되고 먹거리도 되고 잠시 묵는 곳도 되는 것일까?
과거 참(站) 또는 역참(驛站)이란 중앙에서 지방으로 공문을 전할 때 말을 갈아탈 수 있던 곳이다. 역참에서는 외국에서 사신이 오가거나 벼슬아치가 여행할 때에도 말을 공급했다. 대개 주요 도로에 25~30리마다 하나씩 두었다고 한다. 말을 타고 10㎞ 넘게 달리면 사람도 말도 힘에 겨웠을 것이다. 두 역참 사이의 거리를 '한참'이라 하는데, 이런 사연으로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난 때를 이르게 되었다.
잠시 옛 사람이 되어 보자. 오늘 급한 서신을 들고 먼 거리를 다녀올 것이다. 한참을 달린 말은 속도가 떨어지고, 더불어 말 탄 사람도 지쳐간다. 저기 참이 보인다. 쉴 겸 요기도 할 겸하여 참에 들른다. 잠시 후 새 말로 갈아타고서 서둘러 떠난다. 역참에 두고 온 그 말은 얼마 후 또 다른 이를 만나 알지 못할 어디론가 달려갈 것이다. 그리하여 역마의 운명과 같은 독한 기운을 받아 늘 이리저리 분주히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을 우리는 '역마살'이라 부른다.
새참이란 시·공간을 동시에 말하는 '참'에다가, 다시 '새(사이)'가 합쳐진 말이다. '새(사이)'도 아침과 점심 사이, 집과 학교 사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두루 뜻한다. 시간의 여유인 새, 그리고 공간의 여유인 참이 만났으니, 새참이란 시간과 공간의 여유를 갑절로 줄 수밖에 없는 것인가? 새참 시간이 되면 일꾼들은 잠시 일손을 놓는다. '고추밭을 매도 참이 있다'는 말이 있다. 헐한 일을 하더라도 참을 준다는 말로, 그 속뜻은 작은 일이라도 사람을 부리면 보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든 새참은 마음에 보상이 된다.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가을날, 일터에 막 들어서는 것 같은 새참이 아른거린다. "새참 먹고 하세요!"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면 "네!"라고 냉큼 답하며 달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