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좌파의 대부' 룰라냐 '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냐.
브라질 정국이 오는 2일 치러지는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연일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좌파의 상징적 인물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유력하지만, 현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가 선거 불복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룰라가 재집권하면 중남미 6개국에 모두 좌파정권이 들어서는 진기록도 세워진다. 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득세)' 물결이 정점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여론조사 기관인 다타폴랴의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룰라 전 대통령은 4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34%에 그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4%포인트 앞섰다. 11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줄곧 우위를 지켜왔다. 기세를 몰아 2일 실시되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을 확정 짓겠다는 입장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후보가 30일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영국 가디언은 브라질 국민들이 룰라 전 대통령을 되찾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실직 상태의 나탄 비토르 다 실바 로사는 "룰라가 대통령이었을 때 브라질인들은 굶주리지 않았다"며 "보우소나루가 할 줄 아는 건 문제를 일으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61% 지지율로 2018년 당선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재임시 잇따른 실정으로 지지율을 까먹었다. 코로나19 대확산에도 안일한 대응과 가짜뉴스로 일관하면서 68만5,000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되는가 하면 실업률·물가 상승 등으로 지난해 탄핵 위기까지 맞았다. 룰라 전 대통령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여기는 게 현지 분위기다. 셀소 로차 데 바로스 정치평론가는 "룰라가 승리하는 것뿐 아니라 보우소나루를 큰 차이로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의 당선으로 중남미 정치 지형은 핑크타이드 파고의 최정점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서 잇따라 좌파 정부가 세워졌다. 브라질까지 가세하면 중남미 6대 주요국이 모두 좌향좌하게 된다. 집권했던 우파 정부의 실정,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양극화 등 현 상황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룰라의 귀환이 당장 브라질의 안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는 앞서 브라질의 전자투표시스템의 신뢰성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을 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의사당에 난입한 '1·6사태'가 브라질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우데자네이루 공립대학의 정치폭력 싱트탱크 코디네이터인 펠리페 보르바는 "선거 후 대규모 폭력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