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태평양 정상들 '극진한 대접'... "중국 견제"

입력
2022.09.29 17:00
행정부·입법부 총출동...남태평양 정상 환대
中 군사견제 움직임에 원조 확대·동맹 규합 
中 가까운 솔로몬제도 공동성명 불만 표출도


미국이 남태평양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속도를 올리고 있다. 중국에 선점당한 태평양 섬나라 정상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행정부와 입법부 고위 인사가 총출동해 환대하는 외교 총력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중국과 가까운 솔로몬제도가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반대하는 등 삐걱대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바이든, 백악관에 태평양 섬나라 정상 처음 초청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부터 1박 2일 동안 워싱턴에서 ‘미국ㆍ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0년 하와이에서 정상회의를 주최한 적이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6년 지도자 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첫 정상회의이고, 이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한 것도 최초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등이 정상들을 챙겼고, 29일에는 바이든 대통령 주재 정상회의는 물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면담 일정까지 잡았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 지도자들과 전에도 만난 적이 있지만 보통 하와이나 다른 곳에서 한 시간 정도 만났을 뿐”이라며 “이런 일정을 해본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미국이 남태평양 국가들에 정성을 쏟는다는 의미였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조정관은 “정상회의의 목적은 단순히 태평양도서국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수십 개 분야에 상당한 자원과 약속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태평양 선점 두고 미중 경쟁 가속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제대로 관리하지 않던 남태평양 국가들을 챙기는 것은 중국의 지역 내 급부상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고, 키리바시 군용 활주로 현대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호주와 미국 군사력 견제를 시도했다. 또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월 남태평양 국가들을 방문하는 등 외교전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지난 2월 블링컨 국무장관의 피지 방문을 시작으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부장관, 백악관 인태조정관 등을 잇따라 현지에 파견했다. 지난 7월 키리바시와 퉁가에 대사관 신설 방침을 발표했고 국제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 지부 재설치 등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어업 지원에 향후 10년간 6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6월에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과 함께 ‘파트너스 인 더 블루 퍼시픽(PBP)’을 출범시켰다. 남태평양에 이해관계가 있는 동맹과 우방 국가를 규합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회의체였다. 22일 열린 장관급 회의에는 한국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미국의 노력이 당장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솔로몬제도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에 외교서한을 보내 29일 공개된 공동성명 불참 의사를 밝혔다. 마셜제도 역시 1950년대 미국의 핵실험 피해 배상을 거론하며 외교관계 관련 ‘자유연합협정’ 갱신 협상에서 삐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캠벨 조정관은 “태평양도서국은 이전에 미국에 실망했고 기대는 높아졌지만 채워지지 않았던 지역”이라며 “미국이 할 일은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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